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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서 러시아군 포격에, 나토 "1인치라도 넘으면 전면 대응"

입력
2022.03.14 19:16
수정
2022.03.14 23: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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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폭격 전 “합법적 공격 목표” 주장
“서방 무기 저장기지, 외국인 용병 훈련장”
미국 "실수라도 영토 넘으면 연합국 총출격"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아파트가 14일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아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한 할머니가 구조대원의 도움을 받으며 사다리를 내려오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아파트가 14일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아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한 할머니가 구조대원의 도움을 받으며 사다리를 내려오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국경 인접 지역에 무차별 폭격을 감행하면서 나토군의 확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지원과 외국인 용병 개입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던진 러시아의 강수에, 서방이 나토 영토 1인치라도 넘는 공격엔 전면 대응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하면서 전면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군은 폴란드 국경에서 25㎞밖에 떨어지지 않은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의 ‘국제평화유지안보센터(IPSC)’를 폭격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35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크게 다쳤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포격에 앞서 러시아 크렘린궁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내 무기 선적 장소를 ‘합법적인 공격 표적’으로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의 핵심 군사시설에 대해 경고한 뒤 정밀 타격했다는 얘기다.

러시아는 IPSC를 서방이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무기와 장비의 저장 기지이자, 외국인 용병 훈련장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포격 직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이 시설에서 외국인 용병을 키워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곳으로 파견했다”며 “러시아군을 향한 이들 외국인 용병의 파괴 행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도 암시했다.

WP는 “나토군이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훈련하기 위해 IPSC에 수년간 배치됐다”고 전했다. 실제 미군과 나토군은 수년 전부터 교대로 IPSC에 근무하며 우크라이나군을 양성해왔으며, 특히 지난달 러시아의 침공 전후로 미군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직접적인 군사 지원이자 러시아군에 대한 현실적인 위협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현지에서 미군 병사가 사망하지는 않았다고 미국 국방부가 밝히면서 현재로서는 미군을 포함한 나토군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참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폴란드와 가까운 지역에 러시아군의 공격이 이뤄지면서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지금처럼 러시아군의 전선이 우크라이나 서부로 확대하다 폴란드 영토 내로 미사일이 떨어지면 러시아와 나토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에 “나토 영토의 1인치까지 지킬 것”이라며 “러시아가 실수로라도 나토 영토를 넘어선 공격을 하면 연합군의 전면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러시아군의 위협이 커지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부 지역을 포함한 자국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그는 이날 영상 연설에서 “폭격 장소는 러시아를 위협할 만한 어떤 일도 벌어진 적이 없는 곳이며, 나토 경계에서 고작 20여 ㎞ 떨어진 지역”이라며 “우크라이나 상공을 폐쇄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쏜 로켓포가 나토 소속 국가 영토에도 떨어지는 일은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동부 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곳곳을 향한 러시아군의 공격도 지속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키이우 북부 안토노프 공항, 키이우 서쪽의 TV타워 등이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았다. 이날도 9층 높이의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아 최소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인 사망자도 크게 늘고 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OHCHR)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민간인 1,66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편 열흘 넘게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을 받아오던 마리우폴에서는 처음으로 민간인 대피 통로가 열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리우폴 시의회는 이날 "개인 차량 160대가량이 마리우폴을 떠나 베르댠스크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트로 안드리우시센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도 "마리우폴-멜레키네-포르토프스케-망구시-베르댠스크-자포리자 루트의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민간인의 대피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통로의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마리우폴의 인구는 40만여명으로 이중 절반 가량이 대피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숨진 민간인 수는 2,500명이 넘는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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