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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교회도 반발… 암스테르담 성당, 모스크바 총대교구와 손절

입력
2022.03.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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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교회 소속 이탈 시작
모스크바 총대교구 친푸틴 행보에 반발
전 세계 성직자들도 공개 성명
"'살인 명령' 내린 자, 영원한 고통 따를 것"

2월 3일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한 정교회 신부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의 전투 중 사망한 병사의 월례 추도식을 마친 후 우크라이나 공군 생도들을 축복하고 있다. AP 뉴시스

2월 3일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한 정교회 신부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의 전투 중 사망한 병사의 월례 추도식을 마친 후 우크라이나 공군 생도들을 축복하고 있다. AP 뉴시스

러시아 정교회 내부에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러시아 정교회에서 이탈한 교회까지 나왔다. 러시아 정교회의 총본산인 모스크바 총대교구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정교회 소속 암스테르담 성당은 1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총대교구청 탈퇴를 선언했다. 성당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모스크바 총대교구청 안에서는 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신자들에게 영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수도 없다는 데 의견 일치를 이뤘다”며 “매우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교회는 러시아에 터를 잡은 기독교의 한 종파로 동방 정교회에서 최대 교세를 자랑한다. 모스크바 총대교구를 이끄는 키릴 총대주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본래 하나”라며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두둔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국가들을 비난해 왔다. 우크라이나가 서방국가의 성소수자 인권 보호에 동조하는 것이 이번 전쟁의 근본 원인이라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암스테르담 성당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러시아 정교회에 반기를 들었다. 예배 시 키릴 총대주교에 대한 언급을 배제했고, ‘전쟁’ ‘침략’ ‘침공’ 같은 단어 사용을 금지한 러시아 정교회의 공식 지침도 거부했다. 암스테르담 성당은 “키릴 총대주교에게 전쟁을 멈추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모스크바 총대교구청과 결별한 암스테르담 성당은 동방 정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콘스탄티누폴리스 세계 총대교구에 가입을 신청했다. 세계 총대교구와 러시아 정교회는 갈등 관계다. 2018년 세계 총대교구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독립을 인정하자, 러시아 정교회는 이에 반발해 세계 총대교구와의 관계를 끊었다.

이날 전 세계 러시아 정교회 성직자 280명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공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살인 명령’을 내린 자들에게는 ‘영원한 고통’이 뒤따를 것”이라며 매섭게 경고했다. 앞서 세계 총대교구를 이끄는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도 “푸틴 대통령은 커다란 불의를 저질렀고 전 세계의 증오를 받고 있다”고 규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날 “우크라이나 도시들이 공동묘지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며 “신의 이름으로 요청컨대 학살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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