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루한스크 지역에 대량살상무기 '백린탄' 투하"

입력
2022.03.14 13:57
수정
2022.03.1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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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 인체에 닿으면 극심한 고통 일으켜
연막용·조명용으로 용도 제한된 무기
폴란드 대통령 "나토 대응 방안 고민해야"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이르핀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피해 피란을 가고 있다. 이르핀=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이르핀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피해 피란을 가고 있다. 이르핀=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비인도적 대량살상무기인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州) 포파스나시의 올렉시 빌로시츠키 경찰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러시스트들이 우리 마을에 백린탄을 쏟아붓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스트는 러시아와 파시스트를 합성한 말이다. 빌로시츠키 서장은 "백린탄은 나치가 '불타는 양파'로 부르던 무기로, 말로 하기 힘든 고통과 불길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백린탄은 백린 파편을 타격 지점 주변에 뿌리는 무기로, 파편 온도가 섭씨 2,700도 이상으로 올라가 인체에 닿으면 극심한 고통을 일으킨다. 연기를 흡입하는 것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제네바 협약에서 백린탄은 연막용과 조명용으로 용도가 제한돼 있다.

이날 류드밀라 데니소바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감찰관도 페이스북을 통해 루한스크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백린탄 사용을 비판했다. 데니소바 감찰관은 증거 사진을 공개하며 "러시아군이 평화로운 도시에 이런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로마협약을 어기는 전쟁범죄이며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대량 학살로 인정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직 러시아군의 백린탄 사용은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군의 대량살상무기 사용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개입하는 '레드라인'(금지선)이 될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가 대량살상무기를 쓰면 이는 전체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 답했다. 이어 "(대량살상무기 사용은)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나토는 대응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폴란드 대통령의 개인 의견이지만, 러시아군의 비인도적인 무기 사용에 따른 나토군 개입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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