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최고 무기 '터키 드론'

입력
2022.03.13 18:00
26면
구독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맹활약 중인 터키제 바이락타르 TB2 드론이 작년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인 8월 20일 키이우 군사행진에서 선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맹활약 중인 터키제 바이락타르 TB2 드론이 작년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인 8월 20일 키이우 군사행진에서 선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인 공격기 드론이 전투방식을 바꿔 놓은 또 하나의 전쟁이다. 군사 드론은 테러와의 전쟁이나 첩보전에서 암살작전에 종종 등장했으나 이번처럼 전면전에 등장해 활약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탱크를 앞세운 지상전 전투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전망도 잇따른다.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과 함께 터키의 군사 드론인 TB2 공격으로 탱크와 수송차량의 전진이 막히자 러시아는 로켓과 야포 공격으로 공격방식을 변경했다.

□ 터키의 군사 드론이 국제무대에 알려진 것은 2년 전이다. 2020년 3월 시리아 국경도시 이들리브에서 100대가 넘는 러시아제 탱크와 수송차량, 방어시스템을 차례차례 파괴한 것이 계기였다. 같은 해 5월 터키의 드론은 리비아 공군기지를 공격했고 9월에는 형제국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와의 분쟁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영토분쟁지 나고로노-카라바흐에서 러시아제 탱크 200대와 무장차량 90대, 야포 190문이 온라인게임처럼 속수무책으로 파괴되는 장면은 충격을 던졌다.

□ 터키의 드론 개발은 바이카르의 최고기술책임자로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의 셀축 바이락타르가 주도하고 있다. 에드로안 대통령의 차녀와 결혼한 그의 TB2는 10개국 이상에 수출됐고 터키와 외교적으로 불편한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매수대열에 서 있다. 에르도안 정부는 최근 들어 드론 군사력을 앞세운 확장주의적 외교로 역내 강국을 꾀할 정도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흑해 안보를 위협하는 러시아 견제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TB2를 지원해왔다.

□ ‘역사의 종언’을 쓴 프란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13일 온라인 매거진 아메리칸퍼포즈에 ‘패배에 대비하기’란 메모 같은 짧은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인들이 비상 식량과 탄약 대신 정장용 군복을 휴대했을 만큼 사전 준비가 부족한 러시아군의 패배, 갑작스러운 붕괴를 예언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실패는 전 세계 스트롱맨, 포퓰리스트들에게 타격을 주고, 특히 전투 경험이 없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할 것이란 낙관도 했다. 드론광인 후쿠야마는 터키의 드론은 최고 인기 무기가 될 것이라고도 장담했다.

이태규 논설위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