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타격한다"던 러, 정확도 떨어지는 '멍텅구리 폭탄' 무차별 투하

입력
2022.03.13 18:28
수정
2022.03.13 18:35
구독

멍텅구리 폭탄 목표물 추적 기능 없어
마리우폴·체르니우 등에서 민간 피해 키워
우크라군 대공 방어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이르핀 지역에 투하했지만 터지지 않은 폭탄의 모습. 이르핀=AFP 연합뉴스

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이르핀 지역에 투하했지만 터지지 않은 폭탄의 모습. 이르핀=AF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구형 재래식 '멍텅구리 폭탄'(dumb bomb)을 사용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멍텅구리 폭탄은 정밀 유도가 가능한 현대식 폭탄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무기로, 민간인 희생을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전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중서부 지역에 '정밀 추적 장거리 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공격에 비유도탄이 더 많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스콧 베리어 미국 국방 정보국장은 10일 상원에 출석해 "러시아가 사용하는 정밀 유도탄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의 멍텅구리 폭탄 사용은 그간 '군사시설만 정밀 타격한다'는 러시아 측 주장과 배치된다. 정밀 유도탄과 달리 목표물 추적 기능이 없어 오폭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9일 마리우폴의 산부인과 병원이 공습당한 직후 미국 국방부 고위 장교는 "러시아군이 멍텅구리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며 "이 때문에 민간 시설 피해와 민간인 사상자가 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한 바 있다.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도 3일 체르니우에서 47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낳은 러시아군 공격에 최소 8개 이상의 멍텅구리 폭탄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서방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굳이 재래식 폭탄을 더 많이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다. CNN방송은 정밀 유도탄 제작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러시아가 그간 쌓여 있던 멍텅구리 폭탄을 사용하면서 재고 처리에 나선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추후 교전을 위해 정밀 유도탄을 아껴 놓고 있거나, 재래식 폭탄을 이용한 무차별 폭격으로 우크라이나군과 시민들의 사기를 꺾으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제시됐다.

다만 러시아도 재래식 폭탄을 사용하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래식 폭탄 투하를 위해선 러시아군 폭격기가 더 낮게 비행해야 하는데, 이 경우 우크라이나군의 대공 방어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재래식 폭탄을 이용하는 조종사는) 직접 목표물을 보기 위해 낮게 날게 되는데 이러면 자신이 격추당할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대학에서 러시아 군사정책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롭 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력을 제거하지 못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전쟁에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수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