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나이지리아·싱가포르… 우크라 국제의용군 참전에 난감한 제3세계 정부

입력
2022.03.13 17:33

인도 최대 500명, 제3세계 의용군 지원 봇물
'중립' 안보기조와 상충, '무기징역' 경고까지
러시아 "전쟁포로 아닌 범죄자로 기소할 것"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기지에서 벨라루스 출신 국제의용군이 타이어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기지에서 벨라루스 출신 국제의용군이 타이어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제3세계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 신분으로 참전하려는 자국민들의 돌발 행동에 난감한 입장이다. 러시아와의 갈등을 피하려는 기존 입장이 이들의 존재로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경고하며 자국민 단속에 나서지만, 현지에서 러시아군과 이들이 교전을 벌일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이 심각한 국제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

13일 인디아 쿼츠와 아프리카뉴스 등 각국 매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거주 중이던 인도 국적의 A(21)씨는 지난 8일 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TDF) 산하 국제여단에 입대를 신청해 부대에 배속됐다. 인도 외교부는 A씨 외에도 500여 명의 자국민이 TDF 국제여단에 자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TDF 국제여단은 지난달 2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의용군 파병을 요청한 뒤 긴급 편제된 부대다. 지난 6일 기준으로 52개국 2만여 명의 다국적 병력이 TDF 국제여단에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에 뛰어들려는 결심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확산 중이다. 나이지리아와 세네갈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에는 TDF 국제여단 입대 절차를 문의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의 참전 희망자 대부분은 생활고 해결을 위해 전투수당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과 싱가포르ㆍ캄보디아의 상황도 비슷하다. 태국인 20여 명은 최근 방콕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을 찾아 출국편 등을 문의하고 있으며, 일부 싱가포르ㆍ캄보디아인들도 최근 국제여단 입대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해당국 정부는 자국민들의 현지 합류가 '우회적인 파병'으로 비칠 수 있어 처벌도 불사하는 분위기다. 인도와 나이지리아 정부는 지난 8일 "현행법은 우리 국민이 타국의 군사행동에 참여하거나 용병으로 고용되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며 "위반할 경우 즉시 형사처벌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싱가포르 내무부는 지난 10일 "참전 시도자들은 사안의 경중에 따라 15년의 징역형 혹은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 역시 "불이 난 곳(우크라이나)에 기름(참전)을 부어선 안 된다"며 쐐기를 박았다.

이들 정부의 날 선 반응은 '대러시아 군사중립'이라는 안보 기조가 흔들려선 안 되기 때문이다. 자국민이 직접 러시아군과 대치하는 상황은 기존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대결할 이유도, 힘도 없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편에 선 다국적 군인을 좌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러시아는 지난 3일 "외국인 전투 지원자는 전쟁포로 신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우리 군에 붙잡힐 시) 러시아법 위반자로 취급, 범죄자로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제3세계 국가 정부의 입장에선, 자국민이 러시아군에 생포된다면 애써 지켜온 '중립' 기조를 버리고 석방을 위해 국가 간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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