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키이우 도심 25㎞ 앞까지 진격… 본격 포위 작전 나서나

입력
2022.03.1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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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국방부 "러시아 지상군 키이우 북쪽에 집결"
군 행렬 분산 정황도… "키이우 포위 작전인 듯"
남부, 북동부에서도 공세 강화… 인명피해 급증

12일 러시아군이 폭격한 우크라이나 북동쪽 브로바리 지역 냉동제품창고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12일 러시아군이 폭격한 우크라이나 북동쪽 브로바리 지역 냉동제품창고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진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키이우 방어선 역할을 했던 북부 소도시들이 최근 잇달아 무너지면서 러시아군은 어느새 키이우 턱밑까지 다가왔다. 남부와 북동부 도시들은 연일 계속되는 무차별 폭격을 견뎌내며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개전 17일째인 1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대규모 러시아 지상군이 키이우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약 25㎞ 떨어진 지점까지 진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인근에선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간 교전도 이어지고 있다. CNN은 현지 특파원을 인용해 이날 새벽 키이우 인근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침공하자마자 키이우 인근까지 단숨에 밀고 들어왔으나 이후로는 키이우 외곽 소도시들을 공략했다. 약 64㎞에 이르는 러시아군 호송대도 수일간 정체 상태로 머물렀다. 서방 군사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의 저항과 물자 보급 문제로 진군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이 호송대가 조직을 재편성하는 모습이 위성사진으로 포착되며 러시아가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국 국방부는 “키이우 북쪽에 있던 대규모 러시아군 행렬이 분산됐다”며 “키이우를 포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짚었다. 또 “우크라이나군의 항전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러시아군이 취약점을 줄이기 위한 시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도 러시아군은 키이우 외곽 곳곳을 전방위로 포격했다. 북동쪽 브로바리 지역에선 냉동제품창고가 폭격을 당해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남쪽 지역 석유 저장시설 두 곳도 러시아군 공격으로 폭발했다. 그중 한 곳은 키이우에서 36㎞ 떨어진 바실키우로, 우크라이나 공군기지가 있다. 바실키우 공군기지 내 석유 저장시설은 지난달 26, 27일에도 잇달아 공습을 당해 파괴됐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망을 무너뜨리기 위해 연료시설과 전력 발전소, 항공 정비 시설 등을 집중 공략해 왔다.

10일 러시아군 포격으로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거리를 한 남성이 자전거를 끌며 지나가고 있다. 마리우폴=AP 연합뉴스

10일 러시아군 포격으로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거리를 한 남성이 자전거를 끌며 지나가고 있다. 마리우폴=AP 연합뉴스

러시아군은 제2도시 하르키우와 동부 수미, 서북부 체르니히우, 남동부 마리우폴에도 포탄을 쏟아 부었다. 서부 루츠크와 이바노프란키우스크도 수차례 공습을 당했다. 남부 미콜라이우에선 암병원에 포탄이 날아들기도 했다. 러시아는 최근 마리우폴에서 산부인과ㆍ어린이 병원을 포격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음에도 반인륜적 공격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인명 피해도 날로 커지고 있다. 하르키우에선 주택가에 미사일이 떨어져 어린이 2명을 포함해 5명이 사망했다. 열흘 넘게 러시아군에 포위된 동남부 마리우폴에선 사망자가 무려 1,500명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군이 주민 대피를 위해 일시 휴전하기로 합의하고도 포격을 멈추지 않은 탓에 주민들은 물과 식량, 전기도 없이 도시에 갇혀 있다. 언제 어디에 미사일이 떨어질지 몰라 거리에 널브러진 시신을 수습하러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리우폴 시장은 “사망자들이 땅에 묻히지도 못하고 있다”고 비통해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민간인 보호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날 마리우폴을 비롯해 키이우, 수미 등 교전 중인 여러 지역에서 인도주의 대피로를 통해 주민들을 대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번번이 대피가 무산된 마리우폴 사례에서 보듯 또다시 휴전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베레슈크 부총리는 “계획했던 모든 통로가 열리고 러시아가 휴전 보장 의무를 지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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