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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따라 나프타도 사상 최고…석화업계 "수요까지 마른다"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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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쓰여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화학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고물가) 우려가 나올 만큼 경기는 위축됐는데 원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페트로넷을 보면, 지난 7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배럴당 128.71달러까지 올랐다. 2012년 3월 12일 기록한 직전 최고가격(121.74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페트로넷이 나프타 가격을 집계한 1995년 이후 가장 비싼 가격이다.
'납사'로도 불리는 나프타는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업체들이 생산하는 주요 제품의 원료다. 원유에서 나프타를 뽑아내다 보니 원유가격이 오르면 나프타 가격도 덩달아 뛴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 석유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35% 올랐는데, 같은 기간 나프타 역시 26%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6%나 급등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나프타 수입가격이 무섭게 뛰어 원가 부담이 커지자 최근 정부에 한시적으로 나프타에 대한 관세를 없애 달라며 '긴급할당관세'를 요청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에도 국제유가 상승이 점쳐졌지만 이는 경기부양의 한 과정이라 나프타 가격이 올라도 업황이 좋을 걸로 봤는데 지금은 나프타 가격만 급등하고 수요는 지지부진한 정반대 상황"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고무, 건축자재 등에는 나프타를 원료로 만든 에틸렌 같은 석유화학제품이 들어간다.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 이런 소재들의 원가도 같이 상승하는데,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으면 판매량 부진을 예상한 기업들이 제품을 덜 만들기 때문에 수요도 덩달아 줄어든다는 것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나프타분해시설(NCC) 업체들은 공급과잉에 더해 원재료 부담까지 커져 수익성이 당분간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프타 공급망이 불안정한 것도 문제다. 국내 업계는 나프타 사용량의 4분의 1가량을 조달할 정도로 러시아산 나프타 의존도가 높다. 아직 러시아산 수입이 금지된 건 아니지만, 석유화학기업들은 대비 차원에서 중동 등으로 나프타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다만 유럽도 러시아산 나프타 의존도가 50%에 이른다. 국제사회가 러시아 경제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어 유럽 역시 공급망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특정 국가로 수요가 몰려 수급 경쟁이 치열해지면 나프타 값이 추가로 뛸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한 석유화학기업 관계자는 "나프타 수입 대금도 달러로 결제하는데 최근 달러가 많이 오른 데다 물류비도 급등해 원가 부담이 만만찮다"며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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