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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직전까지 간 러시아...플랜트 진출 꾀한 국내 건설사들 '전전긍긍'

입력
2022.03.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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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러시아 신용등급 파산 직전으로 낮춰
한국도 러시아 중앙은행 거래 전면 중단
플랜트 진출한 국내 업체들 수금 문제에 울상
"최악의 경우 손해 감수하고 철수해야 할 수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2일째인 7일(현지시간) 포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의 한 거리. 하르키우=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2일째인 7일(현지시간) 포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의 한 거리. 하르키우=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러시아를 발판 삼아 유럽 플랜트 시장에 진출하려던 국내 건설사들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사회의 러시아 압박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공기 지연은 물론 공사대금을 받는 것조차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 때처럼 현지에서 철수하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돈줄 옥죄는 경제제재... 국내 업체는 수금길 막혀

8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러시아에서 사업을 추진 중인 국내 건설사는 총 9개, 사업 건수는 12건이다. 주요 사업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오렌부르그 가스 처리시설 설계·조달·시공, 삼성엔지니어링의 발틱 에탄크래커 프로젝트 설계·조달, DL이앤씨의 모스크바 정유공장 현대화 프로젝트 등이다.

업계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제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로 통하는 금융환경이 악화될수록 현지 발주처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대금 회수가 까다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파산(C등급) 바로 전 단계인 Ca 등급으로 낮췄고, 이튿날 피치는 러시아에서 사업을 멈췄다. 우리 정부도 이날부터 러시아 중앙은행·국부펀드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사업은 수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금 당장 피해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면서도 "러시아-해외 간 달러 거래가 막히고 있어 대금 회수는 당연히 어려워지고 기업의 유동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떠오르는 플랜트 시장' 러시아 진출 제동...정부·업계 "예의주시할 것"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한 자원 부국이자 최근 주목받는 플랜트 시장이었다는 점도 관련 분야 진출을 꾀한 건설업계로서는 당혹스러운 부분이다. 전날 해외건설협회와 함께 미국의 대러 제재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법무법인 율촌의 신동찬 변호사는 "플랜트 사업도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는 논의가 나오고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러시아에서 기회를 발굴하려 했던 기업들도 재검토에 들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되고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가 올라가면 결국 사업 철수를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 국내 건설사들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조치가 재점화하면서 현지 계약을 해지하고 철수한 바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과거 이란 수준의 압박을 가할 경우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사태 진정 이후의 파트너십이나 러시아의 보복조치까지 생각해야 하는 민간 건설사 입장에서는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매주 해외건설협회 및 러시아·우크라이나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과 상황반 회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수금 문제로 대체 경로를 찾거나 중개은행을 변경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현지 발주처와의 공문 송수신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추후 법적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법률 컨설팅을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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