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절대 뺏기지 않아”…젤렌스키, 러 침공 이후 첫 집무실 연설

"나는 키이우에 있고, 절대로 숨지 않는다"
집무실 밖에는 러시아 탱크 공격 계속돼
8일 영국 하원에서도 화상 연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키이우 집무실에서 찍은 영상을 7일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페이스북 캡처

“나는 여기 키이우에 있다. 숨어 있지 않다. 누구도 두렵지 않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수도 키이우 대통령 집무실에 등장했다. 그는 이곳에서 촬영한 영상 연설에서 “우리의 영토를 절대 뺏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페이스북 등에 영어자막이 포함된 9분간의 연설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2일 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찍은 영상에는 집무실 창 밖으로 탱크들이 진을 치고 있는 풍경이 보인 뒤 그가 집무실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월요일은 힘든 날이라고들 한다. 우리나라에 전쟁이 벌어져서 매일이 월요일이다”라고 말문을 연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 사수를 외쳤다. 그는 “12일째 우리는 투쟁을 하고 있다”며 “나는 키이우에 있고,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방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쪽 르비우로 대피하거나 해외 망명정부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미국과 서방의 제의를 거절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 남아 국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을 받은 도시들을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인의 강한 결기를 칭찬했다. 그는 “마리우폴, 미콜라이우, 하르키우 등에서 우크라이나인의 본성이 강하게 드러났다”며 “그런 저항이 러시아에게 '악몽'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들로부터 폭격된 많은 도시들을 우리는 러시아의 그 어떤 도시보다 훌륭하게 만들 것이다. 적의 흔적은 없을 것"이라고 힘을 불어넣었다.

민간인 대피를 위한 임시 휴전 약속을 어기고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한 러시아군을 향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은 오래된 빵 공장과 역사 깊은 교회를 공격했다”며 “러시아는 인도주의 통로 개설 합의를 지키지 않았고, 그 자리에 러시아의 탱크, 다연장 로켓포, 지뢰를 설치했다”고 분노했다.

미국 워싱턴 주재 러시아대사관 앞에 '젤렌스키 대통령 길'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희망의 끈도 놓지 않았다. 그는 “평화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찾을 때까지 협상을 하겠다”며 “매일의 투쟁과 저항이 우리의 미래와 평화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군에 맞선 96명의 우크라이나 군 장성들에 국가표창을 수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 낮 12시 영국 하원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영국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소식통을 인용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국 의원들에게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거듭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