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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앞에서 멈춘 러, 남부로 내려갔다...흑해 봉쇄하고 물자 공급망 확보 나서나

입력
2022.03.04 19:33
수정
2022.03.05 00:4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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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손·멜리토폴 이어 마리우폴도 함락 위기
우크라이나와 흑해 분리하는 남부 공략 집중
키이우 25㎞ 앞두고 나흘째 진군 멈춰
2차 협상 '인도주의 통로' 합의...총공세 나서나
러-우크라 이번 주말 3차 협상 예정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 단지에 3일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 단지에 3일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작전이 달라졌다.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불과 25㎞ 앞두고 진군을 멈춘 뒤 남부 주요 도시 공략에 들어갔다.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남부 자포리아 원전도 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장악했다. 흑해와 맞닿은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은 군사적 요충지일 뿐 아니라 최대 물동항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이 흑해를 완전히 장악하고, 동남부를 확보해가며 최종적으로 민간인 퇴로를 열어준 뒤 대규모 지상군이 수도에 진입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침공 9일째인 4일 아조프해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집중 포격했다. 전날 남부 전략 요충지인 헤르손과 멜리토플을 잇따라 점령한 데 이어 마리우폴을 함락시켜 크림반도에서 돈바스 지역까지 육로 회랑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마리우폴에서는 이날 이틀째 러시아군의 포격이 지속되면서 수도와 전기가 끊기고, 통신시설도 마비됐다. 민간인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일보 그래픽뉴스부

한국일보 그래픽뉴스부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에 이어 남서부 조선산업 중심지인 미콜라이우와 오데사에 대한 공세 수위도 높이고 있다. 러시아군은 로켓발사대를 포함한 군용차 800여 대를 끌고 미콜라이우를 포위했다. 올렉산드르 센케비치 미콜라이우 시장은 “헤르손을 장악한 러시아군이 미콜라이우로 진격했다”며 “현재까지 도시 내부에 포격은 없었지만 도시 외곽에서 장거리 로켓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헤르손과 미콜라이우 간 직선거리는 약 60㎞에 불과하다.

오데사 인근 해안에도 최소 8척의 러시아 군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러시아 육군도 크림반도에서 오데사로 이동 중이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로푸차급 상륙함 6척을 추가로 흑해에 배치했다. 겐나디 트루하노우 오데사 시장은 "러시아가 육·해군을 동원해 오데사를 포위한 후 우크라이나의 흑해 접근을 막고 러시아 점령 지역으로 삼으려 한다”고 우려했다.

러시아군은 남부 지역 장악으로 병참의 어려움도 해소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가 8년 전 병합한 크림반도를 통해 물자를 충분히 공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기 위한 대전차 장애물이 1일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 해안 일대에 설치돼 있다. 오데사=AP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기 위한 대전차 장애물이 1일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 해안 일대에 설치돼 있다. 오데사=AP 연합뉴스


①식량ㆍ연료 부족 ②우크라이나 저항 ③전략 변경

반면 러시아군의 키이우 공격은 일시적인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장장 64㎞에 달하는 러시아군 호송대는 지난 1일 키이우 인근까지 온 뒤로 진군을 멈췄다. 러시아군의 포격도 잦아들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군이 키이우 진군을 멈춘 데 대해 러시아군이 병참 문제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군의 움직임이 정체된 상태”라며 “여러 이유 중 물자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벨라루스에서 합동훈련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로 들어오면서 식량과 연료 등이 바닥났고, 이를 보급받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맘때쯤 얼어붙었던 땅이 녹으면서 진흙탕이 돼 군용차량이 쉽게 이동하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됐다.

우크라이나의 완강한 저항도 진군을 막고 있는 이유로 꼽혔다. 당초 속전속결로 키이우를 함락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우크라이나의 항전에 러시아군은 고전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키이우로 향하던 러시아군 호송대가 강력한 저항과 기계적 고장, 물자 공급 지연으로 진군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3일 수도 키이우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보초를 서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3일 수도 키이우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보초를 서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단기간에 수도를 장악해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을 수립하려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러시아가 총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숨 고르기를 위한 일시적인 진군 정지일 것이라는 얘기다. 우크라이나와 지난 3일 진행한 2차 협상에서 선뜻 ‘인도주의 통로’를 만들기로 합의한 것도 대대적인 지상군 전면전에 앞서 일종의 '장애물'로 작용하는 민간인을 빼내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민간인이 빠진 뒤 압도적인 우위로 해당 지역의 상대 병력을 전멸시키겠다는 것이다. 커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저항도 영향을 줬지만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벌기 위해 진군을 멈췄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4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주말 3차 협상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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