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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응징 위해 '쿼드' 카드 꺼낸 바이든...미적지근 인도 변수에 흔들

입력
2022.03.04 18: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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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 정상회의 발표문 "우크라이나 충돌 논의"
'러 우크라 침공' 언급 없어...인도 중립외교 변수
러 S-400 방공시스템 도입 두고 미·인도 불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해 '쿼드'(Quad) 정상들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참여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해 '쿼드'(Quad) 정상들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참여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응징을 위해 중국 견제용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 카드까지 꺼냈다. 인도ㆍ태평양 주요 국가들의 힘까지 모두 끌어모아 러시아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핵심 참여국인 인도의 미적대는 반응이 변수다. 중국 러시아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인도의 외교가 쿼드에서도 모호한 중립성을 드러내며 미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회의 형식의 쿼드 정상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9월 대면 정상회의에 이은 6개월 만의 만남이다.

백악관은 회의 후 공동 발표문에서 “쿼드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충돌과 인도주의 위기를 논의하고 그것의 광범위한 영향을 평가했다”라고 밝혔다. 또 “모든 국가의 주권과 영토가 존중받고 군사ㆍ경제ㆍ정치적 강압 없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ㆍ태평양에 전념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쿼드는 중국의 영향력 제어를 위해 미국이 인도ㆍ태평양 지역 내 중국의 맞수 호주 일본 인도 3국과 손잡고 만든 안보협의체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중국보다는 러시아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단합된 목소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날 회의 결과는 미국 입장에서는 만족 못할 수준이었다. 발표문에선 러시아라는 단어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상황도 ‘침공’ 대신 ‘충돌’이라는 표현이 전부였다.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새로운 인도적 지원과 재난 구호 메커니즘’을 마련한다는 문구를 더한 정도였다.

나렌드라 모디(왼쪽) 인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017년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서 서명식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왼쪽) 인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017년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서 서명식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여기에는 인도의 미적지근한 태도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쿼드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 문제를 쿼드 내 의제로 올리는 것을 거부했다. 2일 유엔 긴급 특별총회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을 표결했을 때도 141개 국가가 찬성 표를 던졌지만 인도는 기권을 택했다.

이번 쿼드 회의에서도 모디 총리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대화와 외교의 길’을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침공 규탄 흐름에 동참하기보다는 러시아 옹호 쪽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왔다. 모디 총리는 또 “쿼드가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촉진하는 핵심 목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언급, 쿼드에서 러시아 문제를 다루는 데 대한 은근한 불편함도 드러냈다.

인도는 국경을 맞대고 무력 분쟁까지 벌이는 중국 견제를 위해 쿼드에 가입하기는 했지만 러시아와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다. 로이터는 “러시아는 인도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주체이고, 인도는 러시아의 S-400 방공시스템 구매로 미국의 제재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라고 전했다. ‘비동맹 외교’ 노선 주창자였던 인도 입장에서 전적으로 미국과 서방 쪽에 줄을 서기는 불편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번 회의가 쿼드 자체의 불완전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인도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도가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비난하고 포기하도록 강요하기 위해 중국 카드를 꺼내 들었다”라고 전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규탄에 동참하도록 인도에 압력을 가한 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미국과 인도 간 이견은 공공연하게 분출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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