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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내친 호주 석탄, 푸틴 도발에 '귀한 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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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산 석탄이 전례 없는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몸값이 치솟았다. 중국이 한때 “신발에 들러붙은 씹다 버린 껌”이라고 멸시한 호주 석탄의 존재감에 힘입어 호주 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호주를 내쳤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가장 친한 친구’ 푸틴 대통령의 도발에 머쓱한 처지에 놓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발전용 석탄 기준치인 호주 뉴캐슬 석탄 선물 가격은 2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1톤당 446달러까지 급등했다가 400달러로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 140달러가 뛰어 2008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1톤당 80달러까지 추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값이 5배 올랐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석탄 수입이 여의치 않자 호주로 수요가 몰린 탓이다.
특히 폴란드는 호주를 향해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에너지의 65%를 석탄에 의존하는데 지난해 상반기 기준 러시아산 수입은 400만 톤에 달해 가장 다급한 입장이다. 호주산 석탄 수입량(120만 톤)의 3배가 넘는다. 이에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3일 “호주 총리와 석탄 수송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세계 3위 자원 수출국 러시아에 석탄 수입의 40% 이상 의존하는 형편이다. 자연히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앞다퉈 호주에 손짓을 보내고 있다. 원자재 컨설팅업체 우드맥켄지의 로리 시밍턴 수석분석가는 “앞으로 러시아에 대한 서구의 제재가 더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석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주는 한껏 고무됐다. 키스 피트 호주 산업과학에너지자원부 장관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인도주의적 비극은 이미 유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던 에너지 위기를 악화시켰다”면서 “호주는 선도적이고 신뢰할 만한 공급자로서 세계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호주는 동부 홍수로 브리즈번 항구가 폐쇄되는 등 운송에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글로벌 수요에 발맞춰 동맹국들을 돕는 데 발벗고 나서겠다는 결의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호주는 대중 의존도가 높았다. 매년 100조 원이 넘는 자원을 수출하고 중국 유학생과 관광객은 20조 원가량의 돈을 호주에서 썼다. 하지만 호주가 미국과 한목소리로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맞서자 중국은 2020년 석탄과 와인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중국인의 호주 왕래를 사실상 차단했다. 당시 중국은 호주를 “사악하고 뻔뻔한 미국의 군견”이라고 매몰차게 공격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호주의 위상은 한 단계 도약할 계기를 맞았다. 전 세계 석탄 수요의 17%를 공급하는 침략자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손발이 묶여 글로벌 에너지난이 가중될수록 호주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호주는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이기도 하다. 더 이상 중국의 압박에 쩔쩔맬 수준이 아니다. 푸틴 대통령의 야욕이 중국이 잡아먹을 듯 달려들던 호주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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