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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땐 정유 23% 등 원가 부담 상승"...비명 커지는 국내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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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오른다고 비용상승 부담을 제품 원가에 즉각 반영하기는 어려워 그저 두들겨 맞는 것 말고는 현재 방법이 없습니다.”
국내 석유화학업체인 A사 관계자의 한숨 섞인 목소리에선 답답함이 묻어났다. 특히 원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중질 가솔린)를 주원료로 사용 중인 A사는 현재 러시아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산 수입이 막힐 것으로 보여 중동과 미국 등에 선을 대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며 “올해 기업 전망이 굉장히 암울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자리한 국내 산업계 전반에서도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고공행진 중인 국제 유가에 더해진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수출입 통제까지 강화되면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해외 원유의존도가 가장 높아 고유가에 따른 비용상승 부담은 각 기업에겐 직격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러 수출은 물론 러시아산 핵심 원자재 수입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연평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p), 120달러에 이르면 0.4%p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내 주력산업 중 정유와 철강, 화학 등에서 생산비가 급증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시 정유산업의 원가상승률은 23.5%에 달했고 철강(5.26%), 화학(4.82%) 등도 크게 높아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가는 이미 배럴당 110달러까지 왔다”며 “기업들이 올해 감수해야 할 원가부담이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도 큰 문제”라고 전했다.
실제 고유가로 재고 평가이익을 얻는 정유업계에서조차 불안감이 감지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4개월분 이상의 원유 재고를 비축하고 있다. 원유 도입 시점과 석유판매 시점에 시차가 존재하기에 유가가 오르면 재고 평가이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지속되면 글로벌 경기침체 등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이 경우 유가 상승분을 추가로 제품에 반영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수익에도 악영향이 돌아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배럴당 80달러 선이 유지될 때 수익률이 가장 좋다”며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을 녹이는 고로를 전기로 돌리는 철강업계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연료비 연동제로 유가 상승분이 전기요금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항공사와 해운사들은 원가 중 연료비 비중이 커 유가가 상승할수록 수익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항공사의 경우 전체 영업비용의 30% 정도를, 해운업계에서는 운항원가의 10~25%를 유류비가 차지한다. 이밖에 타이어업계도 주요 원재료인 카본블랙과 합성고무 등을 석유를 통해 얻기에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기름값 상승은 자동차 구매 수요에도 악재로 작용한다”며 “국내 경제를 뒷받침하는 국내 제조업 전반이 침체되는 사이클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주요 원자재의 수급 차질까지 빚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산 수입 비중이 20%를 넘는 제품이 118개에 달했다. 나프타의 러시아 의존도는 23.4%에 달했고, 스테인리스강을 만들 때 필요한 페로실리코크로뮴은 92.9%가 러시아산이었다. 반도체 소재 중에선 팔라듐의 의존도가 33.2%로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서방이 러시아에 국제통신간은행협회(스위프트·SWIFT) 퇴출과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적용으로 수출입을 옥죘다"면서 “러시아산 수입이 막히면 다른 곳에서 비싸게 구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되지 않으면 ‘제2의 요소수 사태’처럼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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