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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제 기술 수출 금지"…석유 수출 대국 러시아 타격 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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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로 정유사업을 겨냥한 '수출통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의 고급 정제장비 수출을 막아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중 한 곳인 러시아의 에너지 생산망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잇따라 탈러시아를 선언한 점도 러시아에는 뼈아픈 악재다.
3일 외신과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 정유사를 수출금지 제재 대상에 올렸다. 원유를 정제하고 가스를 추출할 때 필요한 장비와 기술을 러시아 정유사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백악관은 "우리는 동맹국과 주요 에너지 공급국가로서 러시아의 지위를 떨어뜨리는 데 공감을 이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추가 제재가 러시아의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생산망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기준 러시아의 하루 정제 능력은 673만 배럴로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다. 자국 땅에서 나오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 각종 석유제품을 만들어 이를 세계로 수출(2위)한다. 동시에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보유국이자 생산국이기도 하다.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 의존도는 각각 41%와 27%에 이른다. 에너지 산업이 러시아의 최대 돈줄인 셈이다.
이처럼 원유 정제능력은 글로벌 톱 수준이지만, 러시아의 정제시설 고도화 비율은 25.1%로 미국(59.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영국(53.7%) 일본(48.8%) 한국(35%) 등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정제시설 고도화 비율이 높을수록 원가경쟁력은 물론 최종 석유제품의 품질이 향상된다. 첨단 설비를 갖추려면 대규모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데, 미국의 수출제한 조치는 러시아 정유공장을 비롯한 각종 에너지 설비를 현대화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한 정유업계 임원은 "지금이야 석유 수요가 많아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꺾이면 그때부터는 원가와 품질경쟁력이 관건"이라며 "미국 장비와 기술이 막히면 시설 현대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엑손모빌, 셸 같은 세계적 석유기업들이 석유·가스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힌 점도 러시아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BP는 보유 중인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석유 생산량 기준 3위) 지분 19.75%를 모두 처분하기로 했다. 지분의 시장가치는 140억 달러(약 17조 원)에 달한다. 외국 기업의 러시아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호주도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잇따라 철수하면서 정제능력이 급감해 비상이 걸렸다"며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경우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글로벌 투자금의 대대적인 철수로 각종 에너지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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