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中 지도부, 막판까지 러시아 침공 안 할 것으로 오산”

입력
2022.03.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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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 "美, 기밀정보 제공했지만"
"듣기 싫은 정보, 中 시진핑 귀에 안 들어가"

2월 4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베이징=AFP·스푸트니크 연합뉴스

2월 4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베이징=AFP·스푸트니크 연합뉴스


중국 지도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까지도 실제로 전면 침공을 강행하지 않을 것으로 오판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러시아의 폭주, 중국의 오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러시아의 침공 준비 정보를 여러 차례 제공받았으나 끝까지 믿지 않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작년 가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하기 시작한 후 중국 지도부는 일관되게 푸틴의 행동을 잘못 읽어 왔다"며 "전면 침공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흔적이 짙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4일 시진핑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양국 우정에 한계는 없다. 협력상 금지된 분야도 없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신문은 “만약 3주 후 러시아가 ‘세계의 악당’이 될 줄 알았다면 시 주석도 러시아와의 연대를 이렇게 격상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 중 하나가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미국의 기밀 정보 전달설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 3개월여 중국 측과 6차례 접촉해 러시아가 침공 준비를 하고 있다는 극비 정보를 전달했는데, 이는 러시아 행동을 멈추게 하도록 중국에 촉구하기 위한 이례적 조치였다는 내용이다. 올 초에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직접 왕이 외교부장에게 두 차례 최신 정보를 전달했지만 중국 측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대사관 대피 방침을 발표한 시점이 늦은 것도 이를 방증한다. 현지에 중국인이 6,000명이나 되지만, 중국 정부가 전세기 파견을 발표한 것은 전면 침공이 시작된 다음 날인 2월 25일이었다.

신문은 “시 주석의 권력이 너무 강해져 그에게 듣기 싫은 정보가 들어가기 어려워진 것도 또 다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의 방침에 역행하는 정보나 분석을 측근이 올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중국의 러시아 관련 발언은 침공 전후 달라졌다. 왕이 부장은 2월 19일 뮌헨안전보장회의에 화상으로 출석해 “각국의 주권, 독립, 영토 보전은 지켜져야 한다. 우크라이나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침공이 시작된 24일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끊임없이 긴장을 고조시켜 전쟁 위험을 부채질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중국이 러시아를 감싸면 두 가지 이유에서 국익은 손상될 것”이라고 짚었다. 우선 중국은 내정 불간섭과 주권 존중 원칙을 내세우며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이의를 제기해 왔는데, 이 원칙을 짓밟는 러시아에 계속 안이하게 대응한다면 각국의 신용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신문은 “중국에 러시아는 에너지·첨단군사기술의 중요 공급원이며 대미 견제 동료이지만, 푸틴이 침략자가 된 이상 그와의 밀월은 손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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