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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종말’ 후쿠야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략 대실패로 끝날 것”

입력
2022.03.0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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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스탠퍼드대 교수. 위키피디아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스탠퍼드대 교수. 위키피디아


저서 ‘역사의 종말’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스탠퍼드대 교수(시니어펠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대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냉전 이후 유럽 질서를 되돌리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욕망에서 발생한 것으로, 과거 냉전만큼 오래 가지 않을 것이며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이 더 큰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사회주의 체제 붕괴와 민주주의 체재의 승리 등 냉전 시대의 종막을 통찰한 저서 ‘역사의 종말’로 유명한 후쿠야마는 1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아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소망은 소비에트 연방 재건과 옛 소련 붕괴 후 만들어진 유럽 안보질서의 전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푸틴이) 나토에 요구한 것은 폴란드, 체코, 발트 연안국 등에 군사 지원을 금지하라는 것”이라며 “1991년 이후에 일어난 모든 것을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을 근거로 그는 “(‘역사의 종말’에 이은) 민주주의 확대 시대는 분명히 끝났다. 강권국가의 대두가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은 “확연히 다른 역사의 국면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또 민주주의 체제는 포퓰리즘의 확산이란 내부의 위협에도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푸틴을 칭찬하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러시아는 옛 소련 같은 강대국이 전혀 아니다”라며 “현 체제는 ‘르 상티망’(원한)과 초강대국 시대에 대한 향수로 움직이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략은 대 실패로 끝나고 (러시아가) 많은 것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50년이나 지속된 냉전처럼 되지는 않는다”고 예상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중국이야말로 최대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푸틴이 역사적 기조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코로나 속에서 매우 고립돼 있고 소수의 주변인과만 이야기해 일종의 광기에 빠졌다는 추측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에 병력을 파견하고 미군이 전투에 참가하는 전개도 일어날 수 있다”며 이 경우 “나토는 미군 등의 병력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에 전개하고 미군은 맹반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쿠야마는 이번 사태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판단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일찌감치 진압하면 나토나 미국은 거의 뒤집기 어려울 것이고 대만에는 좋지 않은 전개가 될 것”이라면서 “반면 러시아가 반격을 받아 많은 사망자를 내고 제재로 큰 타격을 입으면 대만 문제에서 주의 깊게 움직이라고 중국에 촉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민주주의 세력이 강권주의를 물리치려면 더 강력한 제재와 군사력 강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나토는 2014년까지 전투 목적의 조직이라고 진지하게 생각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공동 훈련과 병력 주둔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아시아에서도 중국의 군사력 확대가 너무 가파르므로 병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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