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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생이별' 후 보트로 국경 건너 코트에 선 우크라이나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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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 대회 첫날 복식 본선 1회전. 똑같이 길게 머리를 땋은 채 비장한 얼굴로 들어선 2명의 선수는 몸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두르고 있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국적의 다야나 야스트렘스카(22)와 동생인 이반나 야스트렘스카(16) 자매.
야스트렘스카 자매는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부모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야스트렘스카 자매는 러시아의 공습을 피해 집 근처 지하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언니인 다야나는 마냥 대피소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에 출전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야나는 2019년 윔블던 16강까지 진출했고, 세계 랭킹도 2020년 단식 21위에 올랐던 선수다. 현재는 단식은 140위, 복식은 128위에 올라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비행기로 프랑스까지 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야스트렘스카의 아버지는 배편을 이용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지하 대피소에서 이틀을 보낸 이들은 25일 새벽 동이 트기 전에 오데사에서 약 240㎞ 떨어진 이즈마일이라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그의 아버지가 몰도바로 넘어가는 국경이 막혔다는 소식을 듣고 딸들을 루마니아를 거쳐 프랑스로 보내기로 한 것이다.
이즈마일에 도착한 이들 가족은 루마니아로 넘어가는 보트를 앞에 두고 '생이별'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딸들에게 작별 키스를 하며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지만 너희 둘은 서로 의지하며 꿈을 키워 가야 한다”고 작별 인사했다. 짐 가방 2개를 딸들의 손에 들려준 아버지는 “우리 걱정은 하지 마라. 다 잘될 거다”고 오히려 딸들을 안심시켜줬다.
야스트렘스카 자매의 험난했던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 대회 출전 과정은 다야나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하며 알려졌다. 현재 단식 세계 랭킹 140위인 다야나만 이 대회 단식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주최 측은 이들의 사연을 듣고 자매가 와일드카드로 복식에도 뛰게 배려했다.
이들은 승리에 남다른 의지를 보였지만 갑작스러운 전쟁과 이별의 여파 등으로 1시간 6분 만에 조르지나 가르시아 로페스(스페인)-제니아 놀(스위스) 조에 0-2로 졌다. 동생의 기량이 아무래도 상대 선수들보다 떨어지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부모님과 헤어져 프랑스에 도착한 이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이들 자매는 “지난주 수요일 저녁만 해도 아무 일이 없었는데 목요일 아침에는 폭탄 소리와 함께 깨야 했다. 처음에는 무슨 영화나 게임의 한 장면인 줄 알았다”고 악몽 같았던 전쟁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다야나는 “그 동안은 부모님과 함께 투어를 다니며 보살핌을 받았지만 이제는 내가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며 “오늘 처음으로 WTA 투어 경기에 출전한 동생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2일에는 단식 1회전에서 아나 보그단(97위·루마니아)을 상대하는 다야나는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조국 우크라이나와 그곳에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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