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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 포기했나”...러시아 침공에 덩달아 욕먹는 벨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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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아이들의 눈을,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있겠나. 우리는 당신들의 이웃이다. 러시아가 아니라 벨라루스가 돼라.”
-22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긴급 대국민 연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못지않게 인접국 벨라루스가 뭇매를 맞고 있다. 전쟁에 협조하고 비극을 방조하면서 전리품을 챙기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의 꼭두각시 벨라루스를 향한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맞닿은 벨라루스는 24일 침공 당시 러시아군의 집결지였다. 벨라루스를 전초기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부지역 급습을 감행했다. 미국과 유럽이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주요 인사들을 제재할 당시 벨라루스의 국방장관과 국영은행, 기업인 등을 포함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미 미국 재무부 제재명단에 올라 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까지 러시아와 군사훈련을 했다. 또 러시아군 3만 명은 벨라루스 주둔을 연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7일 “우크라이나 공격의 전초전이었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1999년 유럽연합(EU)과 유사한 연합을 결성하겠다고 공언하며 광범위한 협력을 약속한 전례도 있다.
이처럼 벨라루스는 전쟁에 뒷마당을 내줬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벨라루스가 스스로 주권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가 드린도바 독일 브레멘대 동유럽연구센터 박사는 “벨라루스가 자국 영토에 대한 군사적 통제 측면에서 주권국가로 볼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가세했다.
벨라루스가 전쟁 협조를 넘어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미러는 우크라니아 고위소식통을 인용, “벨라루스 특수작전부대가 대규모 공격에 합류하기 위해 군용기에 탑승하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벨라루스는 그간 정유제품과 전기를 우크라이나에 주로 수출하며 “중요 교역국”이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협력 파트너가 아니라 전쟁 앞잡이 노릇을 서슴지 않은 셈이다. 지난해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에 수출한 전력량은 12억 킬로와트시(kWh)에 달한다. 전쟁이 시작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력 수입을 중단하겠다며 벨라루스와 오랜 경제 유대관계를 끊었다.
벨라루스가 27일 치른 개헌 국민투표가 가결되면서 루카셴코 통령은 2035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당초 2025년에서 10년 늘렸다. 1994년부터 지속된 28년 철권통치가 41년으로 연장된 것이다. 예정된 투표일정이기는 하나, 전쟁으로 긴장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치러져 반대 여론이 부각되지 못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0년 부정선거 논란으로 최대 위기에 처했다. 당시 운집한 시위대 20만 명 가운데 3만5,000명이 체포되고 수천 명이 무참하게 구타당했다. 이에 루카셴코는 러시아와 밀착하며 경제ㆍ군사적 지원에 힘입어 탐욕스런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번 투표에는 그 반대급부도 담겼다. 벨라루스는 ‘비핵지대 중립국’의 지위를 버리고 핵무기 반입을 허용키로 했다. 앞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가 폴란드나 리투아니아에 핵전력을 배치하면 벨라루스도 러시아의 핵무기를 끌어오겠다”고 맞섰는데, 그의 장담이 현실화됐다. AP통신은 “루카셴코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미국의 꼭두각시로 폄하하고 있다”면서 “선제 공격한 러시아가 아닌 나토에 가입하려는 우크라이나에게 전쟁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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