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핵 카드'까지 꺼낸 러시아… 美 "에너지 제재 테이블에 있다"

입력
2022.02.28 01:36
수정
2022.02.28 07:21
구독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핵무기 운용부대 경계태세 강화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핵무기 운용부대 경계태세 강화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무기 운용부대 경계태세 강화 지시에 서방 국가들이 한 목소리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지금껏 사용하지 않았던 대(對) 러시아 에너지 제재 카드까지 시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관련 움직임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는 긴장 고조와 위협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번 분쟁 내내 푸틴한테서 봐왔던 하나의 패턴”이라며 “국제사회와 미국은 이 프리즘을 통해 이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린 푸틴의 패턴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해 위장전술 작전을 펼쳤듯이 이번 지시 역시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목적이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사키 대변인은 아직 취해지지 않고 있는 대러 에너지 제제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며 러시아의 에너지 분야 제재가 완전히 배제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어 현 사태는 미국이 국내 에너지 공급을 강화하고 석유와 가스를 넘어 에너지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 세계 원유의 12%, 천연가스의 17%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실제로 서방이 대러 에너지 제재를 시행한다면 러시아 경제에 대한 타격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러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 주요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러시아 에너지 분야를 제재할 경우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서방 국가 역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미국 등 서방은 지금껏 푸틴 대통령과 측근들을 제재하기로 한 것을 비롯해 주요 은행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고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ㆍ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강력한 제재를 발표했다. 또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 승인이 중단된 데 이어 미국은 이 가스관 주관사인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을 제재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 역시 이날 미국 CNN방송에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위험한 언사이자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하고 있는 것, 즉 독립적인 주권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전면적 침공을 감행하고 있는 것을 결합하면 상황의 심각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에서는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위협적인 언사와 군사 공격에 대응해 단합해야 한다고 거듭 밝히고 나토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대립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방어적 동맹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동맹을 방어하고 보호하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 오해와 오판의 여지가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TV연설에서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핵 억지력 부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러시아 전략로켓군 등 핵무기를 관장하는 부대를 일컫는다. 그는 “서방 국가들이 경제 분야에서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인 행동을 할 뿐 아니라 나토 회원국의 고위 관리들까지 러시아에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방이 러시아 은행들을 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고 푸틴 대통령을 직접 제재 리스트에 올리는 등 대러 압박에 나선 데 대한 보복 차원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허경주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