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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 가까워지는 ‘꽝!’ ‘꽝!’ 포탄소리, 항공편 끊겨 탈출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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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새벽이 되니 ‘꽝!’ ‘꽝!’ 하는 폭발음이 더 커져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포탄 터지는 소리가 점점 키예프로 가까워지자 가슴이 멎을 듯 무서웠습니다. 그날부터 키예프 인근 보리스필 국제공항의 항공편도 더 이상 검색이 되지 않아 탈출을 결심했습니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쪽 루마니아 국경을 넘어 탈출에 성공한 김석원(62) 키예프국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아직도 몸서리쳤다. 그는 원래 키예프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키예프를 조여오는 러시아군의 공격 징후에 25일 오전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대사관에 연락했다. “빨리 와서 같이 출발하자”는 답을 받은 그는 부인과 함께 차량에 탑승했다. 한국인 총 14명가량을 실은 차량 4대는 폴란드로 향하는 서쪽 방향이 아닌 남쪽 루마니아 방향으로 향했다. 서쪽 도로는 차량들이 엄청난 규모로 꽉 막혔기 때문이다.
대사관 직원들이 며칠 전 준비한 태극마크,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 글자가 새겨진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었지만 우여곡절도 겪었다. 폴란드 방향 도로에 비해 덜 막히는가 했더니, 루마니아 국경 7, 8㎞에 가까워지자 무시무시한 정체가 시작됐다. “때마침 동행한 대사관 직원들이 있었기에 외교관 전용 통로를 이용했지만, 이 역시 4, 5시간이 걸렸다”는 게 김 교수의 증언이다. 급히 방향을 바꿔 아찔한 역주행을 불사하다, 무장한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 때 한 대사관 직원이 기지를 발휘했다. 신분증을 제시하며 “한국대사관에서 교민을 안전하게 모시기 위해 나왔다”고 하자 무사통과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그와 동행한 대사관 직원 2명 외의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 모두 뒤따라 대사관 건물에서 빠져 나왔다. 이날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대사관 대표전화도 연결되지 않았다. 이에 외교부는 “키예프 시내 폭격 등의 위험으로 주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25일 오후부터 안전한 위치로 이동해 업무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루마니아 국경에 가까워지자 키예프로 향하는 우크라이나군 탱크ㆍ포 차량 10여 대가 보였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키예프를 떠났던 25일까지 시가전을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시 외곽에서 포탄이 터지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비상식량 등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시민들을 목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인의 항전 의지는 결연하다고 그는 전했다. 김 교수는 “제가 가르치는 키예프국립대 학생 가운데 한 명의 가족은 딸 하나만 남겨두고, 아들 둘과 아버지 셋 다 전선으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일부 한국의 정치인과 언론이 코미디언 출신이라며 비판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국민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하니 학생들도 전투에 많이 자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키예프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게 우크라이나를 떠난 지 34시간 만에 루마니아에 도착한 김 교수의 소회다. 이어 그는 “이렇게 민간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냐”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재판에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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