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출 통제 단계적으로 강도 세질 것"... 국내 산업계 대응책 고심

입력
2022.02.25 20:00
수정
2022.02.25 20: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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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제재에 반도체·자동차 등 타격 불가피
사태 장기화하면 원유 등 가격 올라 부담 전망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감행되면서 나온 24일(현지시간) 미국의 대(對)러 수출 제재와 관련,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포함된 국내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지 사정 파악과 더불어 향후 대응책 마련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은 △전자(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센서·레이저 △항법·항공전자 △해양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품목 및 기술의 러시아 수출 통제 조치 등을 취했다.

특히, 제3국에서 생산됐더라도 특정한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방침은 주목된다. 상당 부분 미국의 첨단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하는 한국의 반도체나 자동차, 전자기기 수출 및 생산 부분에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점쳐지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반도체 제품에 미국의 기술이 적용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생산업체는 수출 통제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반도체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첨단 전자기기를 비롯, 자동차에도 필수 부품인 만큼 전반적으로 국내 업계에 이들 제품 및 기술의 수출 통제가 미칠 파급력은 적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예를 들면, 지난해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 30%를 차지했던 삼성전자 제품이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인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러시아 수출 비중 중 승용차는 25.5%, 자동차 부품은 15.1%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 취해진 서방 측 제재로 다음 해 한국의 러시아 승용차 수출이 62.1% 감소하고, 타이어 수출도 55.7% 줄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사태에 따른 타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평균가격 그래픽=강준구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평균가격 그래픽=강준구 기자


문제는 당분간 더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 미국의 러시아 수출 통제에 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러시아가 미국 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침공을 강행한 점으로 미뤄 볼 때, 단기 국지전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면서 “미국도 군부대 투입 등 무력을 사용하기 전까지 강도를 높여가며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미국의 제재 조치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단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초래될 원유 및 원자재 가격의 급등도 산업계에선 큰 부담이 다. 모든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네온과 크립톤 등 희귀가스 공급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50%가량 점유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1.6%, 수입의 2.8%(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10위 교역국으로, 주요 수입품목은 나프타(25.3%), 원유(24.6%), 유연탄(12.7%), 천연가스(9.9%) 등이다.

당장 수출 통제 품목에 에너지 관련 제품은 제외됐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일각에선 한국의 러시아 원유 수입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현재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산 원유 수입 허용 등으로 큰 차질이 없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전쟁이 지속되면 국제적인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이번 주 초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평균가격은 꾸준히 올라, 이달 22일 서울 지역에선 리터(L)당 1,800원을 돌파해, 25일엔 1,814.06원(오후 4시 기준)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현안 질의를 위해 이날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임시회의에 참석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갖는 경제적인 의미와 에너지 공급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면서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글로벌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장관은 이어 “가격 측면에서는 불가피하게 단계를 높여 대응할 필요도 있다”며 “이 경우 국민 여러분께 협조를 구하는 대안도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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