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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손에 들어간 체르노빌…핵 공포 분위기 고조시키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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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북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를 점령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원전 일부가 피격되고 시설 직원들이 인질로 잡히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경비대와 교전 끝에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했다”며 “러시아군이 원전을 장악하면서 직원들이 인질로 잡혔다”고 밝혔다. 다만 인질로 잡혀 있는 직원들이 몇 명인지, 어떤 상태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원전의 현재 상태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위터에 "우리 방어군들이 목숨을 희생하면서 지키고 있다"고 밝히면서 러시아군과의 교전 중 사망자가 나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986년 폭발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은 반경 30㎞가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소개 구역’으로 지정돼 특별 관리되고 있다. 원전은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 당초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로 러시아가 체르노빌을 공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전격적으로 공격을 감행하면서 원전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고 당시 폭발했던 원자로 4호기에선 여전히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씌운 콘크리트 방호벽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우크라이나 원자력당국은 “체르노빌에서 방사능 수치 증가를 확인했다”며 “러시아군 이동으로 발생하는 먼지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증가폭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CNN방송은 “러시아군이 사실상 무방비 지역인 체르노빌을 장악하면서 유럽이 다시 한번 방사능 누출 공포에 떨게 됐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체르노빌을 장악한 것은 수도 키예프를 함락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평가된다. 체르노빌은 친러시아 세력인 벨라루스에서 키예프까지 가는 최단 경로다. 이곳을 장악하면 키예프를 포위하기 쉬운 데다 벨라루스 지원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벤 호지스 전 미 육군 유럽사령관은 “키예프와 불과 130㎞ 떨어진 체르노빌은 군사적 요충지”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직원들을 인질로 잡았다는 소식에 분노한다”며 “핵폐기물 시설 유지와 보호에 필요한 직원들의 노력을 뒤엎는 불법적이고 위험한 인질극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아직 핵폐기물과 관련 시설에 대한 피해가 보고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 핵 시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최대한 자제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공격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TV연설에서 “러시아는 여전히 최강의 핵 국가이며 다수 최첨단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러시아를 공격하는 누구라도 격퇴할 것이고, 처참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무력 충돌을 최대한 피하고 있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는 연일 군사적 개입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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