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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재에도 꿈쩍 않는 러시아… 푸틴의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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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야욕일까 아니면 친(親) 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을 구한다는 구실로 서방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전략일까.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노림수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즉각적인 우크라이나 파병에 선을 긋거나 외교적 해법을 언급하며 협상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서방의 경제 제재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까닭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원의 해외 파병 승인 직후 취재진과 만나 “당장 군대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으로) 보내는 것은 아니다. 현지 상황에 달렸다”고 밝혔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맺은 조약을 거론하며 “이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군사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외교’가 개입할 여지도 남겼다. 조국수호자의날(군인의 날) 기념 행사에서는 “서방 국가들과 직접적이고 정직한 대화, 즉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도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평화 유지를 명목으로 군대를 보낼 것을 명령하면서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던 점을 감안하면 한층 완화시킨 발언이다.
한편에서는 서방의 일사불란한 제재를 노골적으로 비웃는 담대함도 과시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對) 러시아 제재 방안을 발표할 당시 푸틴 대통령이 연설 중계를 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회의 참석이 이유다. 러시아가 서방의 압박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러시아 제재의 핵심으로 꼽히는 독일의 ‘노르트 스트림-2’ 중단에도 콧방귀를 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유럽인들이 천연 가스 1,000㎥(입방미터)를 2,000유로(약 270만 원)에 사야 하는 ‘멋진 신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비꼬았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되레 서방이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의미다.
일면 ‘강온양면’처럼 보이는 러시아의 대응에 국제사회의 관심은 푸틴 대통령의 의중으로 쏠린다. 우선 그가 우크라이나 동부까지만 세를 확장한 뒤 관망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선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현재 DPR과 LPR이 통제 중인 도네츠크ㆍ루간스크주(州)는 돈바스 지역 전체 면적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데, 군대를 동원해 나머지 지역까지 진격하며 친러 세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후 우크라이나 수도를 침공하는 대신 이를 고리로 서방과 협상에 나서거나 향후 움직임을 고민하는 등 ‘시간 끌기’를 한다는 시나리오다. ‘무력’과 ‘외교’가 함께 개입할 여지를 남기는, 투트랙 전략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서방은 러시아의 대규모 침공 시나리오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푸틴의 계획은 줄곧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이었다”며 그가 나토 가입 문제를 이유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은 우크라이나가 주권국이 아니라는 자신의 견해를 감추기 위한 변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의 일부’ 등 푸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반추해 볼 때 과거 러시아 제국 재건이 그의 최종 목표라는 게 블링컨 장관의 지적이다.
애당초 푸틴 대통령의 서방국과 대화 의지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그는 갈등 해소 전제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 인정 △나토 가입 포기 △부분적 비무장화를 내걸었다. 어느 것 하나 서방이나 우크라이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최후 통첩처럼 들린다”고 평가했다. 결국 러시아의 모든 움직임이 ‘전면전’을 가리키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시사주간 ‘더 애틀랜틱’은 “푸틴은 영원한 전쟁을 선택한다”며 “러시아의 이번 행보는 그가 국제사회가 구축한 유럽의 평화와 안보체제를 해체하기 위해 싸울 것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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