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아동 체벌은 필요" 30% "아니다" 40%...체벌금지 안착, 여전히 먼 길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천안 계모 아동학대 사망’ 등 부모 학대로 인한 각종 아동 중상해와 사망 사건이 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아동학대 문제가 매우 심각한 사회 이슈로 대두되었다. 이와 함께 2020년 10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되고 지난해에는 민법 개정에 따라 부모의 자녀 징계권도 삭제되는 등 제도적 변화도 있었다. 하지만 ‘사랑의 매’라는 비유적 표현이 오랫동안 통용되었듯 지금도 어디까지가 훈육이고 어디서부터가 체벌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에는 코로나 전염병 확산에 따라 아동 돌봄과 교육환경이 급변해 가정 내 은폐된 아동학대 실상에 대한 경각심도 고조된 상황이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아동학대에 대한 일반적 인식과 예방행동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지난 1월 21~24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아동학대는 아동복지법에 명시되어 있듯 극명한 피해로 가시화되는 신체학대뿐만 아니라 정서학대, 방임, 성학대 등 다양한 하위 유형을 포함한다. 이번 조사 결과, 성인 10명 중 9명꼴로 학대의 여러 세부 유형을 경미하거나 심각한 수준의 학대라고 인식했다. 그러나 신체학대에서는 예외적으로 ‘손이나 회초리로 손바닥, 종아리, 엉덩이 등을 때리는 행동’에 대해 응답자의 10명 중 2명 이상이 ‘학대가 아니다’라고 인식했다. 또한 방임 중 ‘어두워질 때까지 아이 혼자 집을 보게 하는 행동’은 10명 중 1명가량이 학대가 아니라고 인식했다. 이러한 결과는 학대 행위가 가학적이고 신체적 상해를 입히는 행동일 경우 경미하거나 심각한 수준의 학대라고 인식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학대라고 인식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준다.
아동학대가 여러 종류의 부정적 양육태도와 폭력적 행위를 포괄하는 용어라면, 체벌은 가정과 학교 등 일상적 환경에서 아동의 행동을 수정하거나 통제하기 위해 행하는 아동에 대한 폭력의 일종이다. 우리나라는 2021년이 되어서야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라고 적시했던 민법 조항 삭제와 더불어 체벌 금지 이행이 본격화되었고, 자녀가 부모의 폭력 가해를 신고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회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회 구성원의 체벌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불분명하기에 현시점에서 대중의 체벌에 대한 태도가 어떠한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체벌의 태도’ 평균은 7점 만점에 2.90점이었다(점수가 낮을수록 체벌에 부정적). 또한 조사에 참여한 사람 대부분(84%)은 아동을 양육하거나 훈육할 때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행위인 체벌을 부정적이라고 생각했고, 체벌만이 최고의 훈육수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체벌에 대한 태도 관련 일부 문항에서는 이와 다른 점이 발견되었다. 예컨대 ‘체벌은 사회적인 행동과 올바른 교훈을 주입시키기 위해 필요하다’의 문항에 10명 중 3명이 ‘그렇다’, 10명 중 4명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아직 사회 전반적으로 체벌 금지에 대한 수용이 미흡한 수준임을 추정하게 하는 결과다.
그렇다면 학대나 체벌 경험자는 아동학대에 대해 어떻게 인식할까? 이번 조사에서는 과거 부모로부터 학대나 체벌을 경험한 사람이 현시점에서 아동학대에 어떤 인식을 보이는지 살펴보았다. 다만 과거 학대와 체벌 경험이 현재 아동학대 인식 정도를 결정하는지 조사한 것은 아니므로 결과 해석 시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과거 학대 경험자의 현재 시점에서의 아동학대 인식 정도를 분석했다. 과거 ‘우리 가족은 나에게 힘을 주었고 나를 지지해 주었다’, ‘우리 식구 중에 내가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에 ‘아니다’라고 응답한 사람의 아동학대 인식 평균은 각각 1.70, 1.71점이었다(점수가 낮을수록 학대 인식 수준 낮음). 이는 ‘그렇다’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점수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았다.
다음으로 과거 체벌 경험자의 현재 시점에서의 아동학대 인식 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과거 부모님이 ‘방 밖으로 또는 집 밖으로 쫓아내셨다’, ‘때려서 상처나 멍이 들은 적이 있다’라는 두 개 문항에서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현재 아동학대 인식 평균은 모두 1.73점이었으며 이는 ‘없다’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점수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았다.
이를 종합하면, 과거 학대나 체벌의 세부 유형을 경험한 사람 중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학대를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심각하게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풀이된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을 학대로부터 보호하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중하며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토대를 구축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아동학대 처벌과 예방의 효과성 증진을 위해서는 이 법에 관한 분명한 인식이 필수적이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대한 대중의 인지를 확인한 결과, 응답자 중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10명 중 약 9명이었다. 법을 모르는 사람 중에는 18~29세의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세대별로 교육과 홍보를 통해 아동학대처벌법의 중요성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릴 필요성을 방증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아동학대 예방교육프로그램이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10명 중 8명 정도로 다수였다. 하지만 아동학대 예방프로그램을 알고 있는 사람 중 예방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은 10명 중 2명도 되지 않았다. 최근의 아동학대 관련 제도 변화를 알고 있더라도 직접적인 예방행동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 결과, 성학대나 신체학대에 비해 외적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정서학대나 방임은 학대라고 인식을 하더라도 그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확인했다. 또한 체벌에 대한 태도 조사를 통해 최근 민법의 징계권 삭제라는 법적 변화가 이루어졌음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자녀 체벌 금지에 대한 수용에 제약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한편 과거 학대 경험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다른 유형의 학대에 비해 신체학대, 신체방임을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문항을 통한 해석이기는 하나 과거 학대나 체벌의 세부 유형을 경험한 사람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학대를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심각하게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최근의 아동학대 관련 제도 변화에 대해 알고 있어도, 그러한 인식이 직접적 아동학대 예방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아동학대 인식 확대와 더불어 더욱 적극적인 아동학대 예방 노력 필요성을 보여준다. 부모로부터 학대나 체벌을 경험한 경우 아동학대 인식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아동학대 위험성에 대한 범사회적 인식과 각성 확대에 기반을 두어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사회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최광선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수석부장
김서현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임주원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