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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러시아발 가짜뉴스 그대로 전해" 22년 한국 거주 우크라인의 일침

입력
2022.02.23 14:30
수정
2022.02.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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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
"돈바스 독립 원하는 이는 러시아 지원받는 소수"
"우크라 정부군의 반군 공격 보도는 '가짜뉴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캡처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캡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출신으로 한국에서 22년째 살고 있는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반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주민 중 러시아계 출신이 50%'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반군 점령 지역 공격' 등 최근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쉐겔 교수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에 러시아의 입장이나 주장만 반영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며 바로잡았다.

쉐겔 교수는 먼저 우크라이나 반군이 점령한 돈바스 지역 주민의 50%가 러시아 출신이라는 보도에 "50%가 러시아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출신 사람들 중엔 (오래전인) 19세기 러시아 제국 때부터 이주해 왔던 사람들과 소련 때 넘어온 사람들도 있다"며 "(구소련 시절인) 50년 전에 온 사람들과 (러시아 제국 시절인) 100년 전에, 또 그보다 더 전에 온 사람들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러시아계 사람들이라도 굉장히 오래전에 이주해 왔던 사람들은 스스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2014년 전쟁이 시작했을 때 우크라이나 본토로 대피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러시아와 협력하며 전쟁을 도운 사람은 아주 일부, 아주 소수라는 점을 잘 아셔야 된다"며 "거기에 러시아계 사람이 다 남아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지금 싸우고 있다고 보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푸틴, 러시아 발 못붙인 우크라 땅도 독립 승인해 놀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옛 러시아 제국의 영토를 회복하려 한다는 세간의 주장을 반박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옛 러시아 제국의 영토를 회복하려 한다는 세간의 주장을 반박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돈바스의 러시아계 출신들이 '우리는 독립하고 싶다'는 주장도 "항상 러시아가 뒤에서 밀어붙여서 하는 얘기"라며 "그곳 사람들 중 극소수만이 (독립을 주장하는) 점을 생각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 군 진입을 명령한 것도 "2014년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처음에 공격했을 때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그루지야(현 조지아)의 남오세티아 같은 시나리오를 따라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쉐겔 교수는 특히 "저를 놀라게 한 것은 푸틴이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 독립 승인 그 자체보다 기자회견에서 얘기한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영토"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침략해 통제해왔던 이른바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은 원래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도네츠크주에 속하는 땅이라고 했다. 쉐겔 교수는 "각 공화국은 해당 주의 3분의 1의 영토를 차지하고, 나머지 3분의 2는 러시아가 발도 딛지 못한 우크라이나 땅"이라며 "푸틴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이 두 인민공화국을 승인했을 때 그 영토는 '루한스크주' '돈네츠크주' 전체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침략이 안 된 우크라이나의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주를 공략해도 그건 침공이 아니라 이른바 두 공화국의 땅을 보호한다는 그런 핑계가 생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푸틴 역사왜곡으로 전쟁 정당화"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러시아 대사관 부근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러시아 상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영토 밖 군대 주둔 요청을 참석 의원 153명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베를린=AP 뉴시스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러시아 대사관 부근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러시아 상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영토 밖 군대 주둔 요청을 참석 의원 153명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베를린=AP 뉴시스

쉐겔 교수는 "러시아 언론은 푸틴의 선동 수단"이라며 신중한 언론 보도를 요구했다. 그는 "지난주 한국 언론사가 '우크라이나 군이 도네츠크·루한스크 이른바 (반군이 점령한) 공화국들을 공격했다는 보도도 러시아 가짜뉴스를 한국에서 그대로 발표한 것"이라며 "사실은 그 반대로 그쪽(공화국)에서 우리를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는 철수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철수는커녕 병력을 늘리고, 평화유지군을 보내 공격적인 전면전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강제로 뺏겼고, 사실상 그곳은 지금 미국 식민지다'라는 푸틴의 주장에 대해 그는 "푸틴이 역사 왜곡으로 굉장히 유명해 대국민 연설에서도 상당한 시간 동안 '우크라이나라는 민족도, 나라도 없고, 있을 수도 없다'라고 계속 말했다"며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사로잡힌 푸틴이 결국 위대한 러시아 제국을 재건설하기 위한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연설"이라고 해석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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