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 시작”…격노한 美 바이든, 러 금융 제재·군사 대응책 공개

입력
2022.02.23 06:04
수정
2022.02.2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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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러 우크라 침공 추가 제재안 발표
“러 군사은행 등 2곳 제재…러 국채 거래 중단”
발트해 3국 미군 추가 지원…외교 문도 열어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 추가 제재안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 추가 제재안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진입을 ‘침공 시작’으로 규정하고 러시아 제재안을 발표했다. 군사은행 등 러시아 은행 2곳을 제재하고 러시아의 서방 자금 조달 차단도 선언했다. 동시에 발트해 연안 구소련 국가에 미군을 추가 파병키로 하는 등 군사 대응책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것(돈바스 분리독립 승인 및 러시아군 진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이라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시) 미국과 동맹ㆍ우방이 시행한 조치들을 훨씬 뛰어넘는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분리독립을 21일 승인했다. 이어 러시아군의 돈바스 지역 진입을 명령했고 러시아 탱크와 군인 등이 현지에 배치됐다. 이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는 러시아의 공격적인 행동을 비난했고, 미국은 DPR와 LPR를 표적으로 하는 1차 제재안을 즉시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표는 추가 제재안이다.

22일 새벽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미승인국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거리에서 국적 불명의 탱크가 이동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러시아 정규군의 진입을 명령했다. 도네츠크=로이터 연합뉴스

22일 새벽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미승인국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거리에서 국적 불명의 탱크가 이동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러시아 정규군의 진입을 명령했다. 도네츠크=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러시아, 더 이상 서방 자금 조달 못 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러시아 대형 금융기관 두 곳에 완전한 제재를 시행한다”며 VEB와 군사은행을 제재 대상으로 거명했다. 또 “러시아 국채에 대해 포괄적인 제재를 시행한다”며 “이 말은 우리가 러시아 정부와 서방 간 금융을 끊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는) 더 이상 서방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없으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새로운 국채를 거래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 재무부도 이날 오후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 VEB와 방위산업 지원용 특수은행인 PSB 제재 방침을 공개했다. 제재 대상에는 두 은행의 자회사 42곳도 포함됐고, 금융계와 경제계에 포진한 푸틴 대통령 측근들도 개인 제재 대상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리는 또한 러시아 엘리트와 그들의 가족에게도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그들은 크렘린 정책의 부패한 이득을 공유한 만큼 고통도 함께 나눠야 한다”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관리와 기업인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예고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가 공격을 계속 할 경우 추가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독일은 미국과 협의해 러시아와 유럽 간 천연가스 공급망인 ‘노르트 스트림-2’ 승인 중단 조치를 취했고,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 등 추가 경제제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푸틴, 우크라이나 동바스에 군집입 명령. 한국일보 그래픽뉴스팀

푸틴, 우크라이나 동바스에 군집입 명령. 한국일보 그래픽뉴스팀


9분 연설 통해 제재, 군사 대응책 공개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동유럽에 대한 군사 지원 강화도 준비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 인접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 구소련 3국의 방어 강화를 위해 추가 병력과 장비 이동을 승인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가 벨라루스에서 군대를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데 대한 응답으로 나는 발트해 동맹국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에 이미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장비의 추가적인 이동을 승인한다”라는 것이다. 다만 “우리의 완전한 방어 움직임”이라고 선도 그었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는 에스토니아 등 3국에 병력 800명을 증파하고, F-35A 전투기 8대도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동유럽 폴란드에도 아파치헬기 부대가 배치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러시아와 싸울 의사가 없다”고 하면서도 “미국과 동맹국은 나토의 영토 모든 부분을 방어할 것이라는 틀림 없는 메시지를 보낸다”라고 다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자유를 수호하는 데는 비용이 들 것”이라며 미국인의 이해와 단합도 호소했다. 러시아 제재가 유가를 끌어올려 미국인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지난해 6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의 빌라 라 그렁주에서 열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제네바=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지난해 6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의 빌라 라 그렁주에서 열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제네바=EPA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동시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시간이 아직 있다. 외교가 가능하기를 바란다”라며 러시아 측에 대화의 문도 열어뒀다. 그는 특히 “우리는 러시아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다음에 무엇을 하든지 간에 우리는 단결, 명확성, 확신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외교장관회담을 갖기로 했으나 러시아의 돈바스 침공을 문제 삼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날 회담을 취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9분간 진행됐다. 그는 연설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전날 55분간 진행한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선 미국의 식민지”라며 “현재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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