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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편들던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거리 두는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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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에 중국은 소름 끼칠 정도로 침묵하고 있다.”
13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지만 유독 중국은 조용하다. 미국과 러시아가 연일 맞붙는 것과 대조적이다. 사실상 동맹이나 마찬가지인 러시아 편을 대놓고 들지는 못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우정에 한계가 없다. 협력에 금지된 분야는 없다”고 강조한 말이 무색할 정도다. 중국은 왜 주저하는 것일까.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할 당시 유권자 97%가 찬성했다. 투표 일주일 후 러시아군은 군사행동에 나서 주요 거점을 장악했다. 우크라이나인이 스스로 결정하는 모양새를 갖춘 뒤 러시아가 개입해 속전속결로 상황을 끝냈다. 자결권과 외부 간섭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동원한 것이다. 러시아는 21일(현지시간) 친러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독립을 승인한 뒤 푸틴 대통령이 군 병력 진격을 명령하며 8년 전과 비슷한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둘 모두 중국에는 금기사항이나 마찬가지다. ‘자결권’을 보장할 경우 티베트, 신장위구르 등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민감 지역에서 분리 독립 열기가 고조될 수 있다. ‘외부 간섭’ 또한 중국이 과거 홍콩이나 현재 대만에서 미국의 지원과 개입에 반대할 때마다 강조한 표현이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당시 서구국가들이 유엔에서 병합 무효를 주장하며 결의안을 밀어붙이자 러시아가 거부한 반면 중국은 러시아를 두둔하지 않고 기권한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 ABC뉴스는 “우크라이나 분리 독립을 명분으로 내세운 러시아를 중국이 지지한다면 신장, 티베트, 대만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중국 정부의 이익과 공산당의 정통성에 심각한 해를 끼치기 때문에 중국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었다간 우크라이나와의 군사ㆍ경제적 실리를 놓칠 수 있다.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은 우크라이나에서 건조하던 미완성 항공모함을 1998년 사들여 만든 것이다. 장위안 퀸즐랜드 공과대 교수는 “중국이 15년에 걸쳐 랴오닝 항모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군사력 현대화에 큰 도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중국의 두 번째 항모 산둥을 비롯한 여러 대형 군함들은 우크라이나의 가스 터빈을 모델로 개발한 추진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중국 젠(J)-11 전투기 개발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J-11은 중국이 미국 F-15에 필적한 성능을 갖췄다고 주장하는 전투기다.
우크라이나는 시 주석의 역점사업인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의 동유럽 거점국가다. 러시아보다 먼저 일대일로에 참여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의 최대 교역상대국이기도 하다. 미국 등 서구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연달아 자국민을 철수한 것과 달리 중국은 “상황을 주시하고 정세가 불안정한 지역에 방문하지 말라”고 당부할 뿐 대피 명령은 내리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뒤에는 유럽연합(EU)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친러 세력의 독립을 승인하자 강력한 규탄성명을 내면서 “EU와 그 파트너들은 우크라이나와 연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앞서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U는 중국이 각별히 공들여야 할 상대다. 중국은 2020년 12월 EU와 포괄적투자협정(CAI)을 체결했지만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EU가 비준을 미루면서 중국은 애가 타는 처지다. 우크라이나를 적으로 돌렸다가 EU와 사이가 더 틀어지면 중국으로서는 낭패를 볼 수 있다. EU와 영국에 대한 중국의 수출 규모는 대러 수출의 10배가 넘는다. 중국 상무부는 “일대일로 핵심이자 EU와 FTA를 맺은 우크라이나는 중국이 EU 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데 중요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장기전이 나쁠 것 없다. 미국이 러시아를 신경 쓰는 동안 중국에 몰두할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앵글로색슨 안보동맹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를 비롯해 대중 압박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중국은 겨우 한숨을 돌렸다. 러시아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힘의 균형을 깰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미국 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눈감아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이클 훈제커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미국의 소리(VOA)에 “중국이 러시아를 어떤 의미 있는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고 위기에 대처할 방법을 논의해왔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앞서 4일 회담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에 반대한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맞장구를 쳤지만 나토에 가입하려는 우크라이나를 콕 집어 언급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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