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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크림 합병' 판박이 수순... 푸틴 다음 행보는?

입력
2022.02.2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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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인민공화국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는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인민공화국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는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장악 중인 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독립을 승인하면서 우크라이나 위기가 확전의 기로에 놓였다. 러시아와 미국 간 외무장관 회담을 사흘 앞두고 푸틴 대통령이 반군의 독립을 승인하면서 러시아가 어떤 노림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친러시아 반군이 활동하는 LPR과 DPR 독립을 승인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그는 이날 서명에 앞서 소집한 국가안보회의 긴급회의 뒤 국영 TV로 방영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즉각적으로 DPR과 LPR의 독립과 주권을 승인하는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회가 이 결정을 지지하고 두 공화국과의 우호·상호원조 조약을 비준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주문했다.

러시아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의 수순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 소재 크림 자치공화국과 세바스토폴특별시는 2014년 3월 11일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이어 3월 16일에는 러시아로의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해 96.6%의 찬성률로 러시아 합병을 추진했다. 푸틴 대통령은 투표 이튿날인 17일 크림공화국의 독립국가 지위를 승인하고 바로 다음날인 18일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공화국 총리,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공화국 최고회의 의장, 알렉세이 찰리 세바스토폴 시장이 모스크바에서 합병 조약에 서명했다. 21일 러시아 상원이 합병조약을 비준하자 푸틴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면서 크림반도는 러시아 연방 체제에 편입됐다.

우크라이나 동부 LPR와 DPR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레오니트 파세치니크 LPR 정부 수장은 21일 러시아 국영 TV를 통해 방영된 동영상 호소문에서 “LPR의 주권과 독립을 승인해줄 것을 당신(푸틴 대통령)께 요청한다”고 밝혔고 데니스 푸쉴린 DPR 수장도 유사한 입장을 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독립 승인에 서명했다. 크림공화국과 세바스토폴이 독립을 선언한 것과 수순을 같이 한다.

공은 러시아 의회로 넘어갔지만 사실상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의회에서의 돈바스 지역 독립 승인은 확실시된다. 러시아는 앞서 돈바스 지역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발급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을 사실상 자국민으로 취급했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편입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남은 과제는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군이 언제 배치되는지다. 푸틴 대통령이 2014년 크림 위기 당시 “우크라이나군이 크림 주민들을 향해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러시아군이 개입할 수밖에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도 돈바스 지역 주민 보호를 위해 군을 파병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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