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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국에 기댄 인류 유일 식민지

입력
2022.02.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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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라이베리아 건국

전사(前史)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라이베리아는 종주국(미국)으로부터 일방적 수혜를 입은 인류 유일의 식민지였다. 머리에 미국 국기를 꽂은 라이베리아 여성. UNMIL Photo

전사(前史)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라이베리아는 종주국(미국)으로부터 일방적 수혜를 입은 인류 유일의 식민지였다. 머리에 미국 국기를 꽂은 라이베리아 여성. UNMIL Photo

1816년 일군의 미국 백인 정치인들이 미국식민지협회(ACS)를 창립했다. 급증한 자유 흑인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노예가 아닌 흑인이 미국 사회에 끼어들면 주류 사회는 물론이고 흑인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겼고, 그들을 아프리카로 되돌려 보내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인도주의적 의도와 인종주의적 발상이 중첩된 그 해법에 노예 해방론자도 찬성론자도 동조했다. 노예 소유주는 자유 흑인의 존재가 노예들을 선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머스 제퍼슨 당시 대통령이 공개 지지를 선언했고, 후임 매디슨 대통령은 예산을 지원했다.

협회는 1818년 정착지를 물색하기 위해 서아프리카로 대표단을 파견했다. 하지만 부족장들은 자신들의 땅을 팔거나 나눠주려 하지 않았다. 부득이 시에라리온 연안의 셰르보섬에 임시거주지를 마련했지만, 미국에서 살던 이주 흑인 다수가 말라리아에 희생됐다.

1821년 미 해군은 함대를 동원, 부족장들을 위협해 시에라리온 일부 땅을 뻬앗다시피 사들였다. 이전 정착민과 본토의 자유 흑인들이 잇달아 이주했다. 인근에 식민지를 두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 등이 그 땅을 끊임없이 넘봤다. 현지 부족들의 침탈도 이어졌다. 미 해군은 요새까지 짓고 방어했다.

1824년 정착민들은 '라이베리아'란 국호를 짓고, 수도를 당시 미 대통령 제임스 먼로를 기려 몬로비아로 명명했다. 라이베리아는 피착취가 아닌 종주국의 재정·군사 지원을 받은 인류 유일의 식민지였다.

버지니아주 노퍽에서 태어난 자유 흑인 사업가 조지프 젠킨스 로버츠(Joseph Jenkins Roberts, 1809.3.15~1876.2.24)는 현지에서 무역업으로 성공해 1841년 식민지 총독에 임명됐고, 1946년 미 의회에 독립을 청원, 이듬해에 초대 대통령이 됐다. 미국 정부는 불안한 심정으로 그들의 새 출발을 지켜봤고, 1862년 링컨 정부는 독립을 공식 인정하고 수교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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