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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공 강행’ 향하는 푸틴, 루블화 폭락·외국자본 이탈... ‘경제 타격’ 감수하나

입력
2022.02.20 18:35
수정
2022.02.20 19:0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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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EU "러 국제결제망 봉쇄·첨단기술 수출 규제"
국제사회 제재 시 러시아 국제 교역 사실상 마비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당시 국제사회 제재 이후
러, 외환보유고 늘려 '경제 요새화'...한계 지적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집행위원회장이 1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뮌헨=EPA 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집행위원회장이 1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뮌헨=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전례 없는 강력한 경제제재를 예고했다. 미국과 서방 진영은 이란과 북한에만 적용 중인 국제금융망 퇴출 등에 해당하는 초강경책을 거론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감수할 지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사회 '금융'+'기술' 제재 경고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이틀째인 이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집중 논의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국제금융망 퇴출 △첨단기술 상품 수출규제 △러시아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제재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제한 등의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집행위원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러시아의 국제금융시장 접근을 단절하고, 첨단기술 상품 공급 등을 제한하는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이날 회의에서 “막대하고 전례 없는 경제적 대가를 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며 “러시아의 금융기관과 핵심산업을 겨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에 전략적인 중요성을 지닌 개인과 기업을 제재할 것”이라며 “제재를 통해 그들이 런던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겠다”고 압박했다. 달리프 싱 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도 전날 “미국과 동맹국들이 최종 제재안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제재가 부과되면 러시아가 극심한 자본유출, 높은 인플레이션, 경기 위축 등 심각한 경제난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제재 부과되면 러시아 경제 마비

최고 수위의 제재가 부과되면 러시아는 국제 교역이 전면 차단된다. 이란과 북한에 적용 중인 제재 조치인 국제결제시스템(SWIFT)에서 배제될 경우 러시아 금융기관은 전 세계 200여 국 1만1,000여 금융기관과의 달러 거래가 막히게 된다. 해외에서 러시아로 수입되는 제품뿐 아니라 러시아가 해외에 수출하는 제품에 대한 은행 간 거래가 차단된다는 얘기다. 거래가 중단되면 러시아에서 외국 자본 이탈이 가속화하고, 루블화는 폭락하며 물가는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위협이 고조되면서 루블화 가치는 지난해 말 이후 10% 가까이 폭락했다.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하락도 불 보듯 뻔하다. 2020년 기준 러시아의 GDP는 1조4,000억 달러 수준으로 세계 11위다.

국제사회의 첨단기술 상품 수출규제도 러시아 경제에 치명적인 위협이다. 미국이 중국 정보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적용했던 제재 방식처럼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부품의 러시아 반입을 전면 금지시키면 서방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의 첨단산업이 일시에 멈춰 설 수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기술 제재가 부과되면 러시아의 군사기술뿐 아니라 러시아 내 스마트폰 등 가전제품조차도 살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조치는 러시아 경제에 대혼란을 가져와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등 내부 불만을 터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시민들이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 앞에 줄을 서서 출금을 하고 있다. 도네츠크=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시민들이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 앞에 줄을 서서 출금을 하고 있다. 도네츠크=로이터 연합뉴스


‘경제 요새화’ 러, 얼마나 버틸까

다만 러시아가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당시 서방의 제재로 루블화 가치가 절반으로 추락하고 금리가 17%나 치솟는 등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이후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대비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크게 늘리는 한편 달러 비중을 낮춰 ‘경제 요새화’를 구축했다. 지난달 기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6,300억 달러(약 750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 유로화, 위안화 등으로 다변화해 이 중 달러 비중을 16% 수준으로 크게 낮췄다. 서방의 기술 제재 등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도 강화했다. 러시아는 최근 중국과 1,175억 달러(약 140조 원)에 달하는 석유ㆍ천연가스 공급계약을 맺었다. 또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에 대비해 중국산 첨단기술 제품 공급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경제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에드워드 피쉬먼 미 국무부 제재정책 담당자는 “현재 논의되는 제재 조치는 2014년 당시 부과됐던 제재에 비하면 훨씬 강력하다”며 “가뜩이나 취약한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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