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국 고위 외교관 추방…美 "정당한 이유 없다" 반발

러 "워싱턴 주재 러시아 외교관 추방에 대응"

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 정부가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고위 외교관을 추방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과 국경 인근 병력 철수 여부를 두고 양국이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이던 가운데 나온 조치다. 미국은 “정당한 이유가 없다”며 즉각 반발하면서 갈등이 골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주러 미 대사관은 러시아가 바트 고먼 부대사를 추방했다고 전했다. 대사관은 “그는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의 2인자였으며 대사관 지도부 핵심 인사였다”고 설명했다. 고먼은 유효한 체류 비자를 갖고 있으며, 러시아에 3년 이상 머물러왔다는 게 대사관 측의 설명이다.

러시아의 미국 고위 외교관 추방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사이 대결 수위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발생했다. 미국은 이번 조치의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의 행위는 정당성이 없다”며 이를 긴장 고조 조치로 간주하고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 역시 “정부 간 소통을 위해 외교 인력이 제 자리에 있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사건이 미국 측의 워싱턴 주재 러시아 고위 외교관 추방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관 공사-참사를 근거 없이 추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 국무부는 후임이 도착할 때까지 이들의 체류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러시아 측의 요청도 보란 듯이 무시했다”면서 “이를 통해 그러지 않아도 심각한 수준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의 인력 부족을 더 심화시켰다”고 비난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