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안보리서 "불가침 선언해야" vs "침공주장 근거 없어"

입력
2022.02.18 07:21
수정
2022.02.18 07:32
구독

침공 여부·책임 두고 공방… 대화 가능성은 열어둬
유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500회 이상 폭발 확인

17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현지 군인들이 검문소를 지키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17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현지 군인들이 검문소를 지키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이번엔 유엔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침공 가능성을 두고 연일 설전을 이어가는 미국과 러시아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로 무대를 옮겨 팽팽한 대치를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정부군과 친(親) 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간 전선에서 500건 이상의 폭발이 발생한 사실도 공식 확인됐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늘이라도 분명하게 선언할 수 있다”며 불가침 선언을 촉구했다. 뮌헨안보회의 참석에 앞서 급히 유엔을 찾은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구실을 조작할 수 있다면서 “며칠 안에 공격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미 정보당국의 판단을 소개했다.

침공이 시작되면 러시아 미사일과 폭탄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떨어지고, 러시아군이 수도 키예프 등 목표물을 향해 진격할 것이라는 상세한 ‘시나리오’까지 공개했다. 이어 “난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방하기 위해서 여기에 왔다”며 외교적 해법 마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다음 주 유럽에서 만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계획이 없다고 선언하기를 희망했지만, 그들은 계속 허위정보와 선동적 레토릭(수사)을 반복하고 있다”며 러시아에 대화 참여를 요구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안보리 회의를 마친 뒤 별도 회견을 통해 “지금 위협을 하고, 국경에 15만 병력을 배치한 나라는 러시아 하나뿐”이라며 “미국은 계속 외교 테이블에서 긴장완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린 17일 미국 뉴욕 유엔 앞에서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주권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린 17일 미국 뉴욕 유엔 앞에서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주권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오히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우크라이나에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 역시 2월 의장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쟁범죄 의혹을 부각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베르쉬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가 침공 구실을 조작할 수 있다는 블링컨 장관의 언급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면서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베르쉬닌 차관은 미국이 거듭 내놓는 러시아의 ‘침공 시나리오’를 “위험한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러시아군이 훈련을 마친 뒤 국경에서 철수 중이라는 사실도 거듭 강조했다. “우리는 위협이 아니라 매우 진지한 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베르쉬닌 차관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 사이 포격 공방 관련, “우크라이나가 민스크 평화협정 이행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면서 동부 돈바스 지역 공격으로 수천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유엔은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 반군 대치로 500회가 넘는 폭발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돈바스 지역 휴전 상황을 감시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특별감시단의 야샤르 할릿 체비크 감시단장은 안보리 회의에 참석, “16일 저녁부터 17일 오전 11시 20분 사이 (정부군과 반군) 전선을 따라 500회의 폭발이 있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에도 약 30회의 폭발이 보고됐다”면서 “이는 긴장이 다소 완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시단은 이날 오전 정부군과 반군 양측에 휴전 체제 준수를 요구했다.

앞서 이날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대표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박격포, 유탄발사기, 기관총 등을 동원해 반군이 통제 중인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 마을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군 공격에 맞서 반군도 대응 공격을 벌였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군 공격이 있었지만 대응하지 않았다”며 자신들의 공격 사실을 부인했다. 서방국 역시 이번 공격이 러시아의 ‘자작극’이라고 보고 있다.

허경주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