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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돈바스 분리독립, 러·서방 갈등 ‘뇌관’으로 급부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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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집단학살(Genocide)이다.”
러시아의 병력 철수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서 다소 벗어난 우크라이나 사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 하나에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러시아 의회도 난데없이 돈바스 분리독립 지지 결의안을 들고 나와 지원 사격을 했다.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돈바스가 우크라이나 위기에 또 다른 뇌관으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을 마친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부인하며 “서방과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진 중단을 거듭 요구하고, 분쟁 해법으로 ‘민스크 협정’ 이행 문제를 꺼냈다.
민스크 협정은 돈바스 무력 충돌을 끝내기 위해 2015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중재 아래 체결한 휴전 협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민스크 협정이 무력화된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고는 “(돈바스 지역에 거주하는) 러시아어권 주민에 대한 인권 침해와 차별이 자행되고 있다”며 “집단학살”이라고 주장했다. 핵심에서 다소 벗어난 주제 치고는 발언 수위가 높다.
이날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도 돈바스 지역 내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공화국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독립국가로 공식 승인할 것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블라디미르 치조프 유럽연합(EU) 주재 러시아 대사도 “돈바스에서 우리 국민이 살해된다면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적극 거들었다.
돈바스 분쟁이 하루이틀 일이 아닌데도 푸틴 대통령부터 의회, 고위 외교관까지 같은 날 동시다발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한 건 어딘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이 지역은 전쟁 위기 한복판에 놓여 있지만, 분리독립 문제는 그간 러시아와 서방 간 안보 협상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는 않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은 “결국 돈바스 합병 의지를 암시한다”고 진단했다. 틀어질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려는 포석이라는 의미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돈바스 독립을 승인하면 민스크 협정 파기로 받아들이겠다”며 즉각 반발했다. 돈바스 분쟁과 관련해 참관인 역할을 해 온 OSCE에 러시아와의 3자 긴급회의도 요청했다. 서방 국가들도 일제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숄츠 총리는 “돈바스 독립을 인정하는 것은 정치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주권 침해”라며 날을 세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의회 결의안을 따르지 말라”고 요청했다. 칼자루가 또다시 푸틴 대통령에게 넘어간 셈이다.
그러나 돈바스 문제는 물밑 협상 과정에서 분리독립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오르내린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앞서 14일 우크라이나를 찾았던 숄츠 총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민스크 협정에 따라 상정된 세 가지 정치 법안, 즉 돈바스 지위 법안, 우크라이나 헌법 개정안, 지역 선거 법안을 협정 실무 모임인 3개국 접촉그룹에 제출하기로 약속했다”며 “좋은 진전”이라고 평했다. 최근 러시아 언론에선 우크라이나가 휴전과 포로교환, 정상회담, 돈바스 자치권 부여 및 일부 권한 이양 법안 마련 등 10개항으로 구성된 협상안을 지난해 말 러시아에 건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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