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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시 수백만 난민 발생 우려... 인접국 '골머리'

입력
2022.02.13 18:11
수정
2022.02.13 18: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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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 反 난민 기조에 수용 여부 불투명
美 고위 관료들 "난민 최대 500만명 발생" 예측해
우크라 국민들은 결사항전 의지 밝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2일 우크라이나 시민 수천 명이 수도 키예프 거리로 나와 '우크라이나인들은 저항할 것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앞세운 채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키예프=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2일 우크라이나 시민 수천 명이 수도 키예프 거리로 나와 '우크라이나인들은 저항할 것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앞세운 채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키예프=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면서 대규모 전쟁 난민들이 주변국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난민 수용을 둘러싸고 유럽 국가 간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500만 명 안팎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난민 문제는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전쟁이 일어나면 수백만 명의 난민이 헝가리에 유입돼 정치적 지형과 경제 상황에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했다. 외교적 해결을 바라는 발언이지만 자국으로 들어올 난민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실제 그는 난민 수용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의 대표적인 우파 민족주의 계열로 난민 배척에 앞장서왔다. 2018년 6월 헝가리 의회는 '반난민법'으로 불리는 '스톱 소로스(Stop Soros)' 법안을 통과시켜 난민 체류를 돕는 이들을 처벌해왔다. 이에 지난해 11월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이 법안이 EU 망명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지만, 헝가리 정부는 '난민 정책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수용 반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정부도 대규모 난민 발생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마치에이 바지크 폴란드 내무장관은 앞서 8일 현지 언론에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며 100만 명에 달하는 (난민) 급증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지크 장관은 "제네바 협약에 따라 난민들은 폴란드의 보호를 받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폴란드는 2015년 '난민 위기' 때부터 난민 수용에 부정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대규모 수용까진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제기된다.

전쟁 발발 시 난민은 ‘최소 100만 명에서 최대 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됐다. 이 때문에 슬로바키아나 체코 루마니아 등 인접국들이 난민을 받아들인다 해도 전체 인원을 수용하기엔 한계가 있고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에반 쿠퍼 부소장은 "전쟁이 발생하기 전에 미국과 유럽 우방국들이 수용 가능한 인원을 밝혀 부담을 효과적으로 분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는 시민 수천 명이 모여 러시아에 대항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는 저항할 것', '침략자에게는 죽음을' 등의 문구가 적힌 깃발과 현수막을 들고 시내를 행진했다.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시민들에게 "적에게 가장 좋은 친구는 우리나라에 퍼진 두려움"이라며 "우리는 국민들과 우리 군대에 먼저 의지해야 한다"라고 시민들의 용기를 북돋았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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