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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 러시아… "서방이 우크라에서 무기 철수해야 긴장 완화"

입력
2022.02.10 07:55
수정
2022.02.10 16:3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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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중립국化도 조건 내걸어
EU, "대화·외교로 해결… 준비돼 있다"

9일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 아브디브카에서 현지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AFP 연합뉴스

9일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 아브디브카에서 현지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에 우크라이나군과의 연합 훈련을 중단하고 이들에게 제공한 무기를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조치가 선결돼야만 우크라이나 긴장을 완화할 수 있을 거라는 주장이다.

9일(현지시간)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동유럽 긴장 상황을 두고, “나토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향한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긴장 완화는 아주 빨리 달성할 수 있다”면서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고, 이전에 공급된 무기 역시 영토 밖으로 빼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군과 나토군의 연합 훈련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땅에서 서방 군사 고문과 교관들을 철수시킬 것도 요구했다.

러시아는 그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변에 10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키고 침공 준비를 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서방의 주장을 반박해왔다. 오히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각종 군사 지원을 제공한 탓에 우크라이나 주변 긴장이 높아졌다고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옛 소련권 국가들을 추가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유럽 내 군사 인프라를 1997년 이전 수준으로 복귀시키는 등의 조치를 규정한 ‘안전보장 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와 나토는 1997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자는 합의를 담은 ‘상호 관계 및 협력·안보에 관한 기본 협정’을 체결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15일 이 같은 요구를 담은 협정 초안을 미국과 나토에 전달했다. 서방은 지난달 26일 서면으로 이에 대한 답변을 보냈지만, 러시아 측은 이 답변에서 자신들의 주요 요구 사항이 무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化)도 긴장 완화 조건 중 하나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유럽 안보 강화를 위해선 우크라이나가 1990년 7월 16일 주권선언을 통해 선포한 중립적 비동맹국 지위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붕괴(1991년) 전 채택한 주권선언에서 어떤 군사동맹에도 참여하지 않는 항구적 중립국이 될 것이라고 선포한 바 있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일단 서로의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외교적 협상은 계속하기로 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러시아가 미국에 구체적 질문들을 보냈으며 이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문서로 된 답변을 받기 원한다”고 말했다. 또 나토가 아직 탈퇴하지 않은 ‘러ㆍ나토 기본 협정’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대화 촉구에 나섰다.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ㆍ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회원국 27개국을 대표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나토의 우리 파트너들과 함께, EU에 있는 우리는 모두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러시아와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다수 EU 회원국에 개별적으로 보낸 안보 관련 서한에 보렐 대표가 대표로 답변하는 형식이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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