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문재인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법과 시스템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검찰 독립성을 무시하고 수사를 지시한 것과 같다. 정치 보복의 악습을 끊겠다고 약속해도 모자랄 판에 보복을 공약해서야 될 일인가. 국가를 분열시키고 적대적 정치를 심화시키는 위험한 발언이다.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라고 혐의를 기정사실화했다. 수사를 예단한 점에서, 현 정권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청와대는 불쾌감을 드러내며 “아무리 선거라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수사에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 했는데 원래 대통령은 수사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 검찰 내 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검사장을 가리켜 “유능하니 중요한 자리에 갈 것” “이 정권에 피해를 입어서 서울중앙지검장 하면 안 되나”라고 말한 것은 검찰 인사를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 이러니 윤 후보가 당선되면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게 아닌가.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보복 수사를 예고하는 것은, 안 그래도 심각한 진영 갈등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여야 관계가 경색되고 국민 감정이 분열돼 누가 대통령이 된들 국정이 힘들어질 게 뻔하다. 윤 후보가 지난 6일 광주에서 “네 편 내 편 가르지 않는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우리 정치사에서는 합법의 형식을 띠었으되 정치 보복에 가까운 수사가 여러 번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수사를 받다 비극적 선택을 해 트라우마로 남았고,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결국 현 정권에서 수감됐다. 이런 관행은 강성 지지층에 카타르시스를 줄 뿐 국정 운영이나 정치 발전에는 걸림돌이 된다. 여야가 서로를 존중하며 국정 협상의 상대로 삼으려면 정치 보복의 악습을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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