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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대는 마크롱의 우크라 중재안…'중립국' 대안 현실화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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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짙게 깔린 전운을 걷어내려는 외교적 움직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연달아 찾으면서 돌파구 마련에 부심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라는 냉전 시대의 유산마저 끄집어 내면서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내 반대에 부딪히면서 우크라이나 갈등 해소를 위한 출구전략은 깊은 안갯속에 빠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밝혔다. 또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는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을 것”이라거나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지대에서 군사 행동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시기만 남은 듯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찰나에 불과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러시아는 “합의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러시아와 프랑스는 어떤 거래도 성사시킬 수 없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지도자가 아니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일 뿐, 리더십은 다른 국가에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아닌 미국이 대화 테이블에 앉아 러시아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우크라이나마저 마크롱 대통령의 협상 진전 언급에 코웃음을 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말을 별로 믿지 않는다. 모든 정치인은 추상적인 말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구체적 평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긴장 해소를 위해 러시아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Finlandization)’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8년 핀란드는 1,340㎞에 달하는 국경을 맞댄 소련을 염두, 나토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중립을 표방했다. 이에 따라 다른 동유럽 국가들이 소련 침공에 시달리는 동안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를 당시 핀란드처럼 중립국으로 만들면 눈앞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제안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벽을 마주했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핀란드화’가 위기해법의 현실적 대안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전례를 볼 때, 표면상으로는 중립이지만 사실상 러시아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탓이다. 실제 중립 선언 이후 핀란드는 소련의 군사 압박은 받지 않았지만, 자국 내정과 외교 정책에 소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해야 했다. 소련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출판물을 자체 검열하는 등 몸도 사려야 했다. 우크라이나가 핀란드 전철을 밟으면서 러시아 군사ㆍ경제 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나토 가입을 추진해온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과 나토가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지”라고 꼬집었다. 앞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으로 국제 질서가 요동치던 2014년에도 같은 제안이 나왔지만 비슷한 이유로 논의가 이어지진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마크롱 대통령은 “이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외교적 중재 노력이 또다시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인 가운데 갈등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북해함대 소속 군함 6척이 터키 해협을 지나 흑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와의 합동 군사 훈련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크라이나 역시 미국과 영국이 보급한 무기를 동원한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군사 충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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