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이 언론의 자유를 무시·침해하고 기자를 비난하는 일이 도를 넘고 있다. PD의 발언을 문제 삼아 프로그램 하차를 압박하는가 하면 1만여 명 기자가 소속된 한국기자협회를 “좌편향”으로 몰고 있다. 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대선 정국에서 대놓고 언론을 공격하는 것은 검증과 감시를 거부하고 권력만 쥐겠다는 것과 같다. 견제 없는 절대 권력을 구축하려는 위험한 발상에 대해 경고한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무너진다.
SBS 이재익 PD는 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김혜경씨의 황제의전·법인카드 유용 논란을 비판하는 선곡과 멘트로 더불어민주당 항의를 받은 끝에 7일 진행에서 물러났다. 지금이 군사독재정권 시대인가. 민주당 선대위는 “조치는 SBS가 한 것”이라고 떠넘겼지만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비판을 문제 삼은 것 자체가 부당한 압력이다.
국민의힘이 5일 TV토론 협상을 결렬시키며 주관 단체인 기자협회와 중계 방송사인 JTBC의 편향성을 문제 삼은 것도 기가 막힌다. 기자협회 JTBC지회의 성명처럼 “근거 없는 비난”이고 “기자 전체에 대한 모욕”이다. 토론을 피하고 싶은 윤석열 대선 후보의 핑계로 보이긴 하지만, 전국의 신문·방송·통신사를 총망라한 기자협회가 편향됐다면 언론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언론을 존중하지 않고 편가르기 하는 두 당의 행태는 이번만이 아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비판적 보도에 법적 소송으로 대응해 왔고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언론이 돼야 한다”고 언론 불신을 부추겼다. 윤 후보 역시 김건희씨 검증 보도를 가처분신청으로 원천봉쇄하려 했고 사극 의무화 등 방송 편성권을 침해하는 공약을 버젓이 발표했다. 정치가 좋은 보도 환경 조성에 기여하기는커녕 입맛에 맞는 언론으로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국민 여론이 언론에 비판적인 틈을 타 정치인이 언론을 장악하려 해서는 안 된다. 감시·견제는 싫고 권력만 휘두르겠다면 그것이 곧 파시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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