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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 위크'의 이면

입력
2022.02.0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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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프러포즈 데이

2월 7일부터 14일까지 7일 동안 인도는 '밸런타인 위크'의 열기로 달뜬다. 인도 축제 홍보사이트 소개 화면. festivalsdatetime.co.in

2월 7일부터 14일까지 7일 동안 인도는 '밸런타인 위크'의 열기로 달뜬다. 인도 축제 홍보사이트 소개 화면. festivalsdatetime.co.in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마음을 전하는 밸런타인데이(2월 14일) 풍습이 동양에서 주로 여성이 남성에게 고백하는 날로 바뀐 데는 여성을 수동적 존재로 보는 사회적 편견이 개입했을지 모른다. 특별한 날인 만큼 비일상적인 행위도 하루쯤 허용한다는, 남성 젠더권력의 떨떠름한 허락.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성 격차 리포트(Global Gender Gap Report)'에서 지난해 전 세계 156개국 중 140위로 평가된 인도의 경우 '특별'한 날이 일주일간 이어진다. 2월 7일 '장미의 날(rose day)'을 시작으로 8일 '구애의 날(propose day)' 9일 '초콜릿의 날(chocolate day)' 10일 '테디 베어의 날(Teddy Day)' 11일 '언약의 날(promise day)' 12일 '포옹의 날(hug day)' 13일 '키스의 날(kiss day)'이 '밸런타인 위크'의 운명이 분수령을 맞이하는 날이라면 14일은 결실을 확인하는 날이다. 힌두 전통사회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이 풍속은 어느새 정착해 한 주간 인도 대륙은 구애의 소비 축제로 달뜬다.

고대 로마의 다산과 풍요의 신 '루페르쿠스(Lupercus)'를 위한 축제(Lupercalia, 2월 13~15일)가 밸런타인 전통의 기원이란 설이 있다. 그날 로마 남성들은 양을 제물로 바치고, 죽인 동물 가죽으로 여성을 채찍질했다. 줄지어 차례를 기다린 여성들은 채찍에 맞으며 다산을 기원했다. 축제 기간 여성들이 이름을 적은 쪽지를 상자에 넣어두면 남자가 추첨하듯 뽑아 파트너를 정하던 풍습도 있었다. 이래저래 탐탁한 사연은 아니다. 성 밸런타인의 순교는 5세기 일이었다.

밸런타인데이(위크) 다음날인 2월 15일은 '독신자의 날(singles awareness day)'이다. 물론 연인을 찾지 못했거나 원치 않는 이들을 위해 누가 뭔가를 특별히 해주는 건 없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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