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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만년 전 인류의 발자국

입력
2022.02.0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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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헤이즈버러 고인류의 발자국

잉글랜드 노퍽주 헤이즈버러 고인류 발자국 화석. 위키피디아.

잉글랜드 노퍽주 헤이즈버러 고인류 발자국 화석. 위키피디아.

20세기 초 세계 고고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필트다운(Piltdown)인' 화석 스캔들이 대영제국의 국가주의에서 비롯됐을지 모른다는 혐의를 소개한 적이 있다. 대륙과 달리 현생인류 화석 발굴 사례가 없어 인류발생과 진화의 변방으로 취급되는 데서 비롯된 제국의 손상된 체면을 만회하기 위해 일부 과학자가 잡다한 뼈화석을 조합해 '필트다운인' 사기를 쳤다는 의혹. 1912년 공개된 필트다운인 화석은 1953년 불소연대측정법으로 진상이 확인될 때까지 인류 진화사의 주요 연결고리처럼 여겨졌다.

그 수치를 만회하진 못했지만, 영국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줄 만한 성취가 2013년 잉글랜드 노퍽주 헤이즈버러(Happisburgh) 해안에서 이뤄졌다.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 조상이 남긴, 지금까지 확인된 바 가장 오래된 발자국이 그 해안의 무른 침적층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침적층 위에 퇴적물이 쌓여 보존된 것으로 추정되는 그 발자국은 폭풍우와 조수 침식으로 보호막이 씻겨 나가면서 드러났고, 현지에서 고인류 이동경로를 연구하던 대영박물관과 트리니티 세인트데이비드 대 고고학팀에 의해 거의 기적적으로 발견됐다. 해당 지층은 연대 측정 결과 85만~95만 년 전 플라이스토세 지층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 전까지 아프리카 바깥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인류 발자국 화석은 이탈리아 로카몬피나 화산지역의 35만 년 전 화석이었다.

약 40㎡ 면적에 밀집된 50여 개의 헤이즈버러 고인류 발자국은 140~260㎜ 길이로, 신장 90~170㎝에 이르는 5명의 '호모 안테세소르(Homo antecessor)'의 것으로 추정됐다. 만수위 아래 무른 토양에 찍힌 발자국 화석은 3차원 촬영법 등을 통해 거의 완벽하게 재현됐지만, 발견된 지 약 2주 만에 침식작용에 의해 훼손됐다.

연구팀은 2014년 2월 7일 학술지 'PLOS. ONE'을 통해 이런 사실을 공개하고 일주일 뒤 대영박물관에서 '영국: 인류 100만 년의 이야기'라는 화석 특별전시회를 개최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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