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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러시아, 유엔 안보리서 ‘우크라 설전’

입력
2022.02.0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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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3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병력 10만여 명을 배치하면서 전운이 짙게 드리워진 가운데, 사태 이후 처음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회의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격돌했다. 미국이 러시아를 두고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공박하자 러시아는 서방이 상황을 오도하고 있다며 “(전쟁이) 현실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맞섰다.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소집된 공개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명 이상의 중무장 병력을 배치하면서 어떠한 근거도 없이 우크라이나와 서방국을 공격을 위한 핑계로 날조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가입 배제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면서 “(러시아는) 그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위협해 왔다”며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추가 침공할 경우, 우리 중 누구도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뜻은 전쟁 발발 전 외교적 해법을 우선으로 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우리의 임무는 충돌이 발생한 후에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애초에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오늘 회의가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계속하고 있다며 “우리는 대립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러시아의 정당한 이유 없는 군사력 증강으로 인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외교적 길이 있다고 계속 믿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측이 전쟁 가능성을 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지만, 오늘 우리가 여기(안보리)서 논의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우리 영토 내에서 러시아 군대의 재배치는 이전에 다양한 규모로 자주 발생했으며, 어떤 히스테리도 일으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긴장 고조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없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어떠한 증거도 없이 “(미국의) 말이 현실이 되길 원하는 것처럼 그것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를 2차대전시기 독일 나치 정권에 빗대기도 했다. 네벤쟈 대사는 현재 우크라이나 정권이 우크라이나인들의 급진적 사고를 위해 러시아에 대한 세뇌와 교화를 하고 있다며 “그들은 유대인과 폴란드인, 우크라이나인, 러시아인을 파괴한 히틀러 편에 서서 싸운 사람들을 영웅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2차대전 시기 미국과 현 러시아의 전신 격인 구(舊)소련이 힘을 합쳐 나치와 싸웠던 점을 상기시키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말 것을 에둘러 주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회의에는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도 참석했다. 세르지 키슬리츠야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공개 회의에서 “오늘 우리는 러시아 측으로부터 전쟁을 개시할 의도가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경험에 비춰 우리는 러시아의 선언을 믿을 수 없다. 오직 국경 지대 병력 철수에 관한 실질적 움직임만을 믿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앞서 러시아는 공개 회의 무산 시도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러시아는 이날 오전 미국 주도로 소집된 공개 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표결을 요구했지만 표결 결과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미국 등 10개국이 공개회의에 찬성표, 3개국은 기권, 러시아와 중국만이 반대표를 던져 러시아의 공개회의 중단 요청은 기각됐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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