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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세 독일 “군용 헬멧 5,000개 지원"…다급한 우크라 “다음엔 베개냐"

입력
2022.01.27 16:05
수정
2022.01.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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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 "헬멧 5,000개 지원"
우크라 당초 요구했던 10만개의 5% 수준 생색

26일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 북부 볼린주 일원에서 대공 미사일 훈련을 하고 있다. 볼린=로이터 연합뉴스

26일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 북부 볼린주 일원에서 대공 미사일 훈련을 하고 있다. 볼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 상황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주축인 독일이 납작 엎드린 모습을 보이면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절실한 방어 및 공격 무기 공급은 외면한 채 겨우 군용헬멧 5,000개를 보내면서 ‘우군’이라고 생색을 냈는데, 우크라이나 측은 “할 말을 잃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26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군용보호헬멧 5,000개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유럽 한복판의 이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소되길 바란다”면서도 “이는 독일이 당신들의 편이라는 뚜렷한 신호”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당초 요구한 헬멧 10만개 중 5%만을 보내면서 생색을 낸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독일에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전함과 대공방위 시스템 등 무기 공급을 요구해 왔지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살상무기 공급은 불가능하다”고 밝혀 왔다. 미국이 최근 잇따라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등 무기와 탄약 2억 달러(약 2,400억 원) 상당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발트 3국과 체코가 지원을 공식화한 것과 확연히 결이 다른 행보다.

람브레히트 장관이 이날 ‘레드라인’을 언급하며 “국가의 불가침성과 동맹국의 주권도 거론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독일은 우크라이나 위기 상황에서 러시아의 눈치를 보는 기색이 역력하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미국ㆍ나토 등 동맹국들과 러시아 간 대립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고 러시아와 대화창구를 열어 두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의 미온적 태도는 당사국 우크라이나는 물론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비탈리 클리치코 시장은 이날 독일 일간 빌트 인터뷰에서 독일의 헬멧 5,000개 지원을 두고 “독일 정부의 행동은 말문을 막히게 한다”며 “완벽한 장비를 갖춘 러시아군이 언제든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다음에는 베개를 지원해줄 생각이냐”고 냉소했다. 베를린을 방문중인 시몬 시코스키 벨섹 폴란드 외무부 차관도 “폴란드와 다른 동유럽 국가들은 독일이 우크라이나 위기에서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되묻고 있다”면서 “독일을 믿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있는 만큼, 독일은 이 의구심을 부추기지 말고 뚜렷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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