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대유행에 전문가들 "PCR보다 응급실 챙겨라"

입력
2022.01.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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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명지병원은 25일 코로나19 2주년을 맞아 '몰려올 오미크론에 대비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류호 기자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명지병원은 25일 코로나19 2주년을 맞아 '몰려올 오미크론에 대비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류호 기자

"오미크론이 퍼지는데 고위험군에만 PCR검사를 하네 마네 하는 얘기만 나오는 게 이상하다. 무엇보다 응급실을 어떻게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26일 오미크론 대응단계 돌입'을 두고 일선 의사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위험군을 우선 검사한다', '일반인은 신속항원검사를 받는다' 같은 검사 관련 얘기만 잔뜩 나올 뿐 의료의 최일선이라고 할 수 있는 응급실 문제는 정작 다뤄지지 않아서다.

25일 코로나19 2주년을 맞아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이 개최한 '몰려올 오미크론에 대비하라' 심포지엄에서는 바로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하루 확진자 10만 명의 파도가 몰려오는데, 방역당국은 2만~3만 명 수준에 맞춰 대응하려는 것 같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작년 12월 위기 겪고도 응급실 대응 지침은 없어"

지난해 12월 28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환자 이송을 위한 음압 휠체어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8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환자 이송을 위한 음압 휠체어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들의 가장 큰 우려는 응급실 폐쇄 조치다. 명지병원은 지난해 12월 병상 부족에 응급실 운영을 잠시 중단한 바 있다. 오미크론의 치명률(0.16%)이 델타의 5분의 1로 낮지만, 확진자 규모가 커지면 위중증 환자도 늘 수밖에 없다. 응급실이 초토화되는 건 순식간이다.

김인병 명지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지난 2년간 필수적인 응급의료가 굉장히 소외됐다"며 "확진자가 1만 명이면 격리 환자는 7만 명, 자가격리자는 40만 명까지 늘 수 있는데 이때 발생할 중증·응급환자는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고 따졌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경기도 내 음압시설이 마련된 응급실을 갖춘 대형 의료기관은 명지병원을 포함해 3곳밖에 없다. 확진자가 폭증하면 빈 응급실을 찾아 돌아다니는 지난해 12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그는 "당국은 응급의료 시스템에 대해 시급히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방역당국 의사결정, 장님 코끼리 만지기 같다"

25일 오후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서 26일부터 시행하는 오미크론 관련 새로운 방역체계 안내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서 26일부터 시행하는 오미크론 관련 새로운 방역체계 안내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체계 개편에 대한 의사결정이 너무 늦는 것도 문제다. 자문위원으로 방역당국과 일했던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오미크론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두 달 전부터 대책이 필요하다 했는데 아직도 정부 대응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같다"며 "지금은 검사가 아니라 환자 관리 문제를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원급 재택치료를 서둘러 안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자 관리 중심에서 '코디네이터'로 보건소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네 병원이 먼저 환자를 보고, 이후 종합·상급종합병원으로 옮기는 순환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장을 지낸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1만 개 동네 병원이 한 곳당 환자 10명을 진료하면 확진자 10만 명도 해결된다"며 "의원급 참여 없이는 대응할 수 없다. 의원급 의사들에게 빨리 교육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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