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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의 우크라 침략은 재앙"… 英 총리 연일 '러시아 때리기' 왜?

입력
2022.01.25 17:24
수정
2022.01.25 17:3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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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맹주' 독일 신중 모드 들어간 사이
안보 주요 플레이어로 국제사회 존재감
"'내로남불' 파티 논란 위기 국면전환용"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4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공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4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공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대(對)러시아 공세 최전선에서 연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럽 맹주’ 독일이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 머뭇거리는 사이, 영국이 안보 이슈와 관련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면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나선 것이다. 수차례 방역 규칙을 위반한 '파티 스캔들'에 휩싸여 정치적 위기에 몰린 존슨 총리가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단군을 배치했고, 이들이 수도 키예프를 기습 장악하는 ‘전격전(lightning war)’을 계획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고통스럽고 폭력적이며 피비린내 나는 일이 될 것이고, 재앙적 조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를 향한 강경 대응은 존슨 내각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외무부는 지난 22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친(親)러시아 성향 정치 지도자를 앞세워 괴뢰 정부를 세우려 한다는 정보를 확보했다”며 날을 세웠다. 국방부는 닷새 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했고, 법무부를 중심으로 강력한 러시아 제재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존슨 내각의 연일 ‘러시아 때리기’ 이면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유럽연합(EU) 내에서 막강한 입김을 행사해온 독일은 높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 문제로 고민하면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틈을 비집고 영국이 ‘주요 플레이어’가 돼 유럽 안보 전면에 나서면서 ‘영향력 있는 독립국’으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유럽에서 애매한 위치가 된 영국의 입지를 넓히겠다는 의도라는 얘기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련의 움직임 뒤에는 워싱턴(미국)이 신뢰할 만한 동맹국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하는 영국 정부의 욕망도 있다”고 부연했다.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존슨 내각이 국면 전환을 위해 반(反)러시아 기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존슨 총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국에 봉쇄령이 내려진 시기, 측근들과 잇따라 음주 파티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근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존슨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를 정치적 생명 연장의 '동아줄'로 삼았다는 얘기다. 일간 가디언은 이날 “내각에서 존슨 총리를 반러시아 동맹 수장으로 치켜세우고 있다"며 “잇따른 파티 구설로 망가진 리더가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활기찬 지도자의 인상을 심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간 익스프레스는 “존슨 총리 재임기간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악화하는 상황에 달렸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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