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등정 역사 바뀔 수도”... 기자는 진실을 좇는데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2.01.21 1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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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신들의 봉우리'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금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신들의 봉우리'는 일본 원작 소설과 만화를 스크린에 충실히 구현해낸다. 넷플릭스 제공

프랑스 애니메이션 '신들의 봉우리'는 일본 원작 소설과 만화를 스크린에 충실히 구현해낸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1부작 | 12세 이상

등산계에 오랜 미스터리가 있다. 영국 등산가 조지 맬러리(1886~1924)를 둘러싼 의문이다. 그는 1924년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섰다가 실종됐다. 정상을 눈앞에 둔 모습이 목격됐으나 이후 행적은 알 수 없다. 등반에 성공했다면 세계 최초 수식은 그의 것이다. 에드먼드 힐러리(1919~2008)의 등정(1953년)보다 29년이나 앞선 기록이 될 수 있다.

의문을 풀 열쇠는 맬러리가 지녔던 카메라 ‘베스트 포켓 오토그래픽 코닥 스페셜’이다. 등정에 성공했다면 특별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을 테니까. 행방을 알 수 없던 맬러리의 카메라를 누군가 가지고 있다면. 애니메이션 ‘신들의 봉우리’는 흥미로운 가정으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①의문 어린 아웃사이더 산악인

등산 전문 사진기자 후카마치는 전설적인 등산가 조지 맬러리의 카메라가 실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추적한다. 넷플릭스 제공

등산 전문 사진기자 후카마치는 전설적인 등산가 조지 맬러리의 카메라가 실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추적한다. 넷플릭스 제공

등산 전문 사진기자 후카마치는 맬러리의 카메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히말라야 출장을 갔다가 일본의 유명 산악인 하부가 소유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하부는 의문투성이 사내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산악인이라 철저히 아웃사이더로 살아왔다. 남들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어려운 등정에 성공하며 등산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신들의 봉우리'. 넷플릭스 제공

애니메이션 '신들의 봉우리'. 넷플릭스 제공

하부는 몇 년 전부터 종적을 감췄다. 후카마치는 하부의 행방만 찾아도 특종감이라고 생각한다. 맬러리 카메라의 소재까지 알아내고, 필름을 손에 쥔다면 등산계 역사를 바꿀지도 모른다. 후카마치는 하부를 조사하면서 베일 속 그의 면모를 조금씩 알게 된다.

②고난과 역경을 왜 자처하는가

'신들의 봉우리'는 아날로그 질감으로 고봉의 한기와 산악인의 고투를 실감나게 전한다. 넷플릭스 제공

'신들의 봉우리'는 아날로그 질감으로 고봉의 한기와 산악인의 고투를 실감나게 전한다. 넷플릭스 제공

후카마치는 수소문 끝에 하부의 소재를 알아낸다. 그는 네팔에서 기거 중이다. 후카마치는 어렵사리 거처를 찾아내나 하부는 비협조적이다. 카메라에 대한 문의는커녕 후카마치의 접근 자체를 경계한다.

하부는 일생일대의 목표 때문에 네팔에 수년 동안 머물고 있다. 그는 에베레스트 무산소 단독 등정을 세계 최초로 이루려 한다. 처음에 방해가 될까 봐 후카마치를 밀어내다 결국 에베레스트로 함께 향한다. 후카마치는 악조건을 자처하면서까지 세계 최고봉을 오르려는 하부를 이해하지 못하나 점점 그의 마음에 동화된다.

③사실감 살린 아날로그 질감

'신들의 봉우리'는 원작 내용처럼 일본인이 주인공이고 일본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나 프랑스어 더빙이다. 넷플릭스 제공

'신들의 봉우리'는 원작 내용처럼 일본인이 주인공이고 일본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나 프랑스어 더빙이다. 넷플릭스 제공

지난해 공개된 영화이나 그림은 전통적인 스타일이다. 입체적인 디지털 그림 대신 20세기형 아날로그 질감이 화면을 채운다. 고전적인 스타일이 사실감을 구축한다. 1980년대 일본 도쿄의 풍광, 히말라야의 산세, 산악인들의 등산 장면 등이 실감나게 펼쳐진다. 특히 후카마치와 하부가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서는 모습은 스릴과 서스펜스를 안긴다. 눈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산, 묵묵히 난관을 넘으며 산을 오르는 산악인의 고투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후카마치는 미스터리 속 카메라를 손에 쥐게 될지, 하부는 과연 도전에 성공할지 등 여러 물음표는 ‘그들은 왜 힘겹게 그곳에 오르는가’에 대해 답으로 변모한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일본의 동명 원작 소설과 동명 원작 만화를 밑그림 삼았다. 작가 유메마쿠라 바쿠는 20년에 걸쳐 소설을 완성했다. 유명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가 그린 만화는 2005년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최우수작화상을 수상했다. 애니메이션은 다니구치의 그림에 많이 의지한다. 일본 원작이 바탕이 됐으나 프랑스에서 만들어졌다. 프랑스어 더빙이라 초반엔 몰입이 힘들다. 근사한 원작을 화면에 충실히 구현해낸 세공술은 뒤로 갈수록 빛을 발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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