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방역패스의 유효성과 관련해 상반되는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같은 법원에서조차 다른 판단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의 두 재판부는 대형마트ㆍ백화점 등 대형 점포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이 법원 4부는 마트·백화점을 생활필수시설로 보고 방역패스 도입은 미접종자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해 효력중지를 결정했다. 반면 같은 법원 13부는 미접종자라도 전통시장, 온라인쇼핑 등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방역패스 적용이 타당하다고 봤다. 두 재판부 모두 방역수단으로써 방역패스의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마트ㆍ백화점의 필수생활시설 여부, 대안 존재여부 등에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린 것이다.
판결은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해도 국민생활과 밀접한 소송의 결과가 예측불허라면 방역정책에 대한 신뢰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특히 마트ㆍ백화점의 방역패스 효력정지는 서울에만 적용되는 것이라 전국적으로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방역조치와 관련해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백화점ㆍ마트에는 방역패스를 적용하고 밀집도가 높은 종교시설에는 적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형평성 논란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앞서 학원ㆍ스터디카페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중지 결정에서 보듯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수용자들의 이해를 구하지 못한 채 강행되는 정책은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방역패스와 관련된 행정소송만 6건, 헌법소원은 4건이 진행 중인 만큼 정부의 신속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
법원의 방역패스 판결을 반영해 정부는 17일 보완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혼란을 가중시키고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서울 이외 지역 마트 등의 방역패스 적용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 미접종자 보호와 의료체계 안정화라는 방역패스의 취지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수용 가능한 정교한 보완책을 제시해 혼란을 수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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