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전성시대 오나

입력
2022.01.14 04:30
12면

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 월간 공연전산망 편집장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올해 창작뮤지컬 시장의 전망을 밝힌 대표작. 왼쪽부터 '렛미플라이',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프리다'의 포스터. (유)렛미플라이·쇼노트·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올해 창작뮤지컬 시장의 전망을 밝힌 대표작. 왼쪽부터 '렛미플라이',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프리다'의 포스터. (유)렛미플라이·쇼노트·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22년 호랑이 기운을 담은 임인년이 밝았다. 올해 무대를 감동과 웃음으로 달굴 라인업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2022년 뮤지컬 시장의 라인업을 보면 올해 한국 뮤지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이전 시장으로의 회복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여느 해에 비해 월등하게 무게감 있는 대작 뮤지컬이 포진해 있어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시장을 기대하게 한다.

특히 올해 뮤지컬 시장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창작뮤지컬의 성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까지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라이선스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은 70%에 가까웠다. 월간 '공연전산망' 1호(예술경영지원센터 발행)에 따르면 창작뮤지컬은 작품 수는 많았지만 시장 점유율은 20%대 중반을 기록했다. 그러던 창작뮤지컬 점유율은 2017년부터 30% 중반대로 10%포인트 상승해서 2020년까지도 유지되었다. 반면 라이선스 뮤지컬은 50%에 못 미치는 점유율로 줄어들었다.

물론 한국 뮤지컬을 이끌어 가는 것은 여전히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2022년에도 이러한 큰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 라인업에도 '킹키부츠', '스위니 토드', '마틸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 이미 국내 시장에서 검증받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라이선스 초연작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워낙 대작이라 이 작품만으로도 라인업이 풍성해 보이지만 뮤지컬 '물랑루즈'가 연초 라인업에 발표된 유일한 초연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올해 재공연하는 창작뮤지컬 '엑스칼리버'의 지난해 공연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올해 재공연하는 창작뮤지컬 '엑스칼리버'의 지난해 공연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반면 창작뮤지컬의 분위기는 다르다. 지난해에 이어 재공연하는 '엑스칼리버'를 필두로, 메가 창작뮤지컬 '웃는 남자'와 '서편제', '모래시계', '마타하리' 등 막강한 대형 창작뮤지컬이 포진하고 있다. 라이선스의 경우 신작이 드물었던 반면 창작뮤지컬은 그 어느 해보다 흥미로운 신작들이 라인업을 차지하고 있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토크쇼 형식으로 풀어낸 '프리다'는 추정화 작가, 허수현 작곡가 콤비의 작품으로 202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뮤지컬을 수상하고, 지난해 초청돼 트라이아웃(공개 시연)을 통해 평단과 관객에게 호평을 받았던 기대작이다. 우란이상 공연예술개발 프로그램에 선정돼 2020년 트라이아웃 공연으로 선보인 '렛미플라이'는 미래로 온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이 있는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판타지로만 여겨졌던 이야기가 생생한 사실감을 더하며 마무리되면서 깊은 감동을 줄 것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으로 완성도 높은 뮤지컬을 선보인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콤비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 '쇼맨_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도 올해 기대작이다. 과거에 어느 독재자의 대역 배우였다고 주장하는 한 노인과 그의 사진을 찍게 되는 사진작가의 이야기이다. 창작자의 전작들이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 오랜만에 발표하는 신작인 만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올해 주목받는 창작뮤지컬인 '디아길레프'(왼쪽),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의 포스터. 쇼플레이·국립정동극장 제공

올해 주목받는 창작뮤지컬인 '디아길레프'(왼쪽),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의 포스터. 쇼플레이·국립정동극장 제공

이외에도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을 두고 시인 바이런과 주치의 존 폴리도리가 벌이는 진실공방을 그린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나, '니진스키'에 이어 아티스트 3부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두 번째 인물 '디아길레프', 신스웨이브가 2019년 공모전을 통해 개발한 '페드라', 지난해 DIMF 창작뮤지컬 수상작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 등 기대를 모으는 신작이 풍성하다.

2022년 창작뮤지컬 라인업은 검증된 재공연들뿐만 아니라, 여느 때보다도 막강한 대형 뮤지컬과 신작들로 풍성하다. 특히 그동안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을 주도했던 대형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와 쇼노트가 중소형 창작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어 창작뮤지컬 시장의 전망을 더 밝게 한다. 특히 뮤지컬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작사 중 하나인 EMK뮤지컬컴퍼니는 올해 라인업을 '마타하리',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프리다' 등 창작뮤지컬로만 구성하는 등 올해부터는 적극적인 창작뮤지컬의 행보를 보인다. DIMF나 우란문화재단 등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한 창작뮤지컬이 공급되고, 자본력을 갖춘 제작사가 이를 뒷받침해주면서 2022년 창작뮤지컬 시장의 일기는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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