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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 도입, 노사 함께 경영 고민할 계기 돼야

입력
2022.01.12 04:30
27면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노동기본권 강화 결의대회를 열어 노동이사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노동기본권 강화 결의대회를 열어 노동이사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공공기관 이사에 노동자 대표를 포함시키도록 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법 공포 이후 6개월 뒤부터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3년 이상 재직한 노동자 중에서 노동자 대표의 추천이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사람 1명을 임원으로 임명해야 한다.

노동자 참여를 통해 공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꾀하려는 노동이사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이미 1년 전에 사회적 합의를 끌어낸 정책이다. 비슷한 목적의 사외이사제가 거수기 역할밖에 못 한다는 한계가 지적된 지 오래인 데다 2016년 서울시가 최초 도입한 이후 이미 10개 광역·기초 지자체가 시행 중인 제도이기도 하다. 주요 대선 후보들도 여야 없이 찬성이나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런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이 늦었던 것은 보수 야당과 재계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가 찬성하는 바람에 드러내놓고 법제화를 막지 않았지만 국회 통과 과정에서 의결에 참여하지 않는 등 비협조로 일관했다. 향후 민간기업에 적용되면 의사결정 지연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재계의 반발도 여전하다.

강성 노조가 경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 제도로 경영 투명성이나 이사회 운영의 민주성이 높아졌다는 실제 평가 결과를 보면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법제화를 통해 기업은 노동자를 의사 결정의 주체로 받아들이고 노조는 경영에 책임을 갖고 임하는 새로운 노사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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