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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복역 후 가석방… 사회는 냉담하고도 냉담했다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2.01.07 10: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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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언포기버블'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금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루스는 살인죄로 20년 복역 후 가석방으로 나오게 되나 세상은 그에게 냉담하기만 한다. 넷플릭스 제공

루스는 살인죄로 20년 복역 후 가석방으로 나오게 되나 세상은 그에게 냉담하기만 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바로 보기 | 1부작 | 15세 이상

살인을 저질렀다. 평소 알고 지내던 보안관을 살해했다. 범죄를 일삼던 사람은 아니다. 나고 자랐고, 유일한 둥지로 여겼던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었다. 20년 동안 감옥에서 지냈다. 가석방됐으나 집도 직업도 마땅히 없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딸처럼 키웠던 늦둥이 동생 케이티(아이슬링 프란쵸시)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감옥에서 수많은 편지를 보내도 답장 한 번 오지 않았다. 루스(샌드라 불럭)는 절망감만 안고 사회에 다시 발을 디딘다.

①용서받을 수 없는 전과자

루스는 가석방 후 생선가공 공장 등 2곳에서 일하며 갱생의 길을 가려고 하나 현실은 그의 생각과 다르다. 넷플릭스 제공

루스는 가석방 후 생선가공 공장 등 2곳에서 일하며 갱생의 길을 가려고 하나 현실은 그의 생각과 다르다. 넷플릭스 제공

루스는 보호감찰관의 소개로 숙소와 일자리를 얻는다. 숙소는 몸 하나 누일 정도다. 네 명이 2층침대 두 개 놓고 함께 쓰는 방에서 생활한다. 샤워조차 마음대로 하기 힘들다. 루스는 생선가공 공장에서 근무하는 동시에 목수 이력을 살리기 위해 노숙자 지원 단체에서 일한다. 삶을 새로 시작하고 싶지만 만만치 않다. 보호감찰관은 경찰을 살해한 루스를 냉소적으로 대하고, 괴롭힌다. 가는 곳마다 차가운 시선이다. 루스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숨진 보안관의 두 아들은 복수를 모색한다. 의지할 곳 없이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루스에게 유일한 희망은 여동생과의 재회다.

'언포기버블'. 넷플릭스 제공

'언포기버블'. 넷플릭스 제공


②내 동생은 어디에 사는가

루스의 동생 케이티(왼쪽)는 중산층 가정에 입양돼 안락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루스의 동생 케이티(왼쪽)는 중산층 가정에 입양돼 안락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루스는 여동생을 찾기 위해 바쁜 와중에도 이리저리 알아본다. 케이티가 입양된 사실을 알고 만날 수 있는지 법 자문을 받기도 한다. 자신의 옛집에 거주하고 있는 변호사 존(빈센트 도노프리오)을 통해서다.

케이티는 중산층 가정에 입양돼 안락한 삶을 살고 있다. 루스와 함께했던 과거는 뇌리에서 거의 지워졌다. 어떤 장면이 단편적으로 무심코 떠오르며 마음을 괴롭히지만 케이티는 온전히 기억해내지 못한다. 케이티의 양부모는 자신들의 딸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친언니와 만나는 게 마땅치 않다. 아버지는 전향적으로 생각하나 어머니는 케이티에게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줄까 두렵다.

③익숙한 전개, 도드라진 연기

'언포기버블'. 넷플릭스 제공

'언포기버블'. 넷플릭스 제공

영화는 상투적이다. 전과자, 특히 중범죄를 지은 사람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그리는 과정이 낯설지 않다. 영화 막바지에 반전이 있으나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해 서스펜스가 강하지 않기도 하다. 거친 세상에 완력으로 맞서는 루스의 모습 역시 익숙한 모습이다. 미덕은 샌드라 불럭의 연기다. 그는 화장기가 전혀 없는 얼굴로 풍파에 휘둘린 루스의 삶을 온전히 구현해낸다. 이제는 아름다워 보일 필요 없다는 듯, 더 이상 귀여운 표정 지을 이유가 없다는 듯, 슬픔이 굳은 얼굴로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 어린 동생을 향한 모정과도 같은 감정을 루스가 품어낼 때 보는 이의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 상당 부분은 불럭의 연기에서 비롯된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영국 드라마 ‘언포기븐’(2009)을 밑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기획 초기엔 앤젤리나 졸리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각색 작업이 이뤄졌다가 출연이 무산된 후 샌드라 불럭에 맞춰 시나리오가 다시 써졌다. 불럭이 출연한 또 다른 넷플릭스 영화 ‘버드 박스’(2018)처럼 뜨거운 모정(루스와 케이티는 모녀 같은 사이다)을 그렸다. 불럭은 ‘버드 박스’에서 초자연적 현상으로 인류가 종말을 눈앞에 둔 상황을 뚫고 아이들을 구하려는 여인 맬러리를 연기했다. ‘버드 박스’도, ‘언포기버블’도 넷플릭스 이용자가 역대 가장 많이 본 영화 10위 안에 들어간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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